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일각에선 영업사원의 방문이 결정적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객관적인 임상데이터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메디칼타임즈는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의사가 처방의약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심층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요청으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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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진료에서 경험한 효능이 선택의 기준 <2> 약 처방, 영업사원 방문에 영향 받는다
<3>이유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
#1최근 박모 내과원장은 리베이트 쌍벌제법 시행 이후 제약사 영업사원의 출입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친하게 지내던 영업사원도 인사만 건네고 돌려보냈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영업사원에게는 점심시간을 할애했다. 그가 제시한 약 처방 자료가 꽤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영업사원이 정리한 자료를 통해 약 처방에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영업사원의 방문이 개원의들의 약 처방에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한 개원의들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개원의 11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보니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개원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다만 영업사원의 만남 자체만으로 리베이트와 결부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경계했다.
"영업사원이 제공한 자료·성실함에 영향"
이와 관련해 메디칼타임즈가 심층 인터뷰를 한 개원의 상당수가 영업사원의 방문에 따라 약 처방에 영향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개원 19년차인 이민혁 원장(내과의원·가명)은 "리베이트 여부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매일 안부를 묻고 친분을 쌓아나가다 보면 솔직히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성실히 일하는 영업사원의 제약사 의약품에 손이 한 번 더 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라남도 박이비인후과 박순형 원장 또한 "사실 영업사원이 찾아와서 약 처방 관련 논문과 유명 저널에 기재된 약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제공해주는데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충분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개원의는 진료실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약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학회나 관련 제약사를 찾아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제약사 영업사원이 제공하는 처방 의약품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은 약 처방을 변경한 것은 영업사원의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의한 게 아니라 그들이 제공하는 약 정보가 알차고 신뢰할 만할 때라고 그 차이를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동일한 성분에 동일한 약값이라면, 성실히 하는 영업사원의 제약사를 써 줄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평소 전혀 들어 보지 못했던 제약사의 경우에는 아무리 찾아와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업사원 만남 불편…스트레스 받는다"
반면, 제약사 영업사원의 방문에 대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개원의도 있었다.
심층 인터뷰를 시도한 일부 개원의들은 약에 정보나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영업사원의 방문은 상관없지만 약 처방 변경을 통사정하는 영업사원을 만났을 땐 난감하다고 했다.
경기도 남이비인후과의원 남순오 원장은 "영업사원을 통해 약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얻기 보다는 해당 직원의 통사정을 듣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평소 친분을 쌓아온 직원일 경우 모른 척하기 어렵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되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법 시행 이후에는 이런 이유로 더욱 영업사원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영업사원의 방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이참에 직접적인 만남은 피하고, 약 관련 자료는 팸플릿만 받거나 이 메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박덕수 원장(내과의원)은 "리베이트 쌍벌제법 시행으로 개원의가 영업사원을 만나는 것에 대해 더욱 꺼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영업사원들의 인간애에 호소하는 식의 영업방식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