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이 주진료과 의사에게 진료지원과 선택진료 의사를 포괄 위임한 것을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24일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과징금 및 시정명령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2009년 9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길병원, 여의도 성모병원, 아주대병원, 고대안암병원 등 8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2005년 1월부터 2008년 6월분 선택진료비를 현지조사했다.
공정위는 실사 결과 이들 대형병원들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선택진료비를 부당징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억 4천만원을 부과했다.
병원별 과징금을 보면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5억원,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이 4억 8천만원, 가천길병원 3억원, 여의도성모병원과 아주대병원이 2억 7천만원, 고대 안암병원 2억 4천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이들 의료기관이 영상의학과 등 지원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를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진료과 의사에게 포괄 위임한 것을 가장 문제 삼았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선택진료 신청양식에 진료지원과 선택진료 의사를 주진료과 의사에게 포괄위임한다는 문구를 명시했다면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서울고법은 "원고 병원들이 임의로 진료지원과 선택진료 의사를 주진료과에 위임하고, 환자에게 추가비용을 부담시킨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이는 의료기관들이 현실에 맞게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고법은 서울아산병원이 진료지원과 선택진료 의사를 주진료과 의사에게 포괄위임한다고 기재된 양식 이외에 이런 문구를 삽입하지 않은 서식을 혼용한 것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서울고법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선택진료 기준에 맞지 않는 의사에게 선택진료권을 부여하고, 선택진료의사가 부재중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추가비용을 부담토록 한 것 역시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이들 대형병원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고, 처분금액을 재산정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병원과 달리 길병원은 항소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길병원이 선택진료 신청양식에 진료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를 주진료과 신청서에 갈음하고, 선택진료 의사가 부재시 대진의가 진료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기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런 약관 조항은 환자 선택권을 원천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포괄 위임 조항 없이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를 임의로 지정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으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어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고법의 이날 판결은 여의도 성모병원, 고대 안암병원, 아주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