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료기관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개원의라면 상권부터 따져봐야 할 듯하다.
최근 각 시·군·구 의사회가 정리한 정기총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 상권의 변화가 의료기관의 개·폐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25개구 의사회 개·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의료기관 유입이 활발했던 용산구, 송파구, 마포구, 강남구 의사회는 지역적으로 재개발 붐이 형성된 지역이거나 상가가 활성화 된 지역이라는 특징을 보였다.
실제로 오는 2014년 미군부대 이전 등 여러 가지 호재가 있는 용산구는 지난해 개원 13곳으로 늘어난 데 비해 폐업은 8곳에 그쳤다.
얼마 전 신천-잠실역을 중심으로 재개발이 마무리된 송파구 또한 신규 개원이 26곳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폐업은 15곳으로 개원에 비해 적었다.
매년 상가 분양가를 높이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강남구는 신규 회원이 186명으로 단연 높았다. 문을 닫은 의료기관은 103곳이었다.
또 과거 신규 회원이 거의 없었던 마포구의사회도 최근 가든호텔 인근의 구시가지가 개발되고 망원동 일대 도로확장으로 상권이 번화하면서 인근 의료기관 수가 12곳 증가했다.
마포구의사회 한 임원은 정기총회에서 "이전에 비해 개업이 2개 정도 늘었다"면서 "10년 전부터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 도로 확장, 상가 활성화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방도 마찬가지다. 부산시의사회에 따르면 부산 센텀시티 형성으로 주목을 받았던 해운대구와 서면 메티컬 스트리트 형성으로 해외환자 유치에 나섰던 부산진구를 중심으로 의료기관 개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경기도 평택시에도 신도시 개발 바람이 예상되면서 올해 초 이미 의사회 등록회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평택시의사회 양희두 회장은 "3월에 접어들면서 내과, 이비인후과 공동개원, 신경외과 의원 등이 개원했다"면서 "과거 평택시는 신규 개원이 많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내년 고덕신도시에 입주가 시작되면 의료기관 증가 현상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적인 변화는 의료기관 폐업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구의사회가 집계한 의료기과 개·폐업 현황을 분석해보니 서대문구, 은평구, 구로구 등 의사회는 재개발이나 상권이 정체돼 있어 폐업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서대문구는 북아현동 일대 재개발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폐업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폐업 의료기관 16곳 중 9곳이 북아현동에 위치해 있었다.
또 최근 실패한 뉴타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은평뉴타운이 위치한 은평구의사회 또한 신규 개원은 2곳인데 반해 폐업 회원은 6곳으로 3배나 많았다.
상가 분양이 저조한 구로구도 지난 해 8곳이 개원한 반면 13곳이 문을 닫았다.
구로구의사회 관계자는 "폐업한 의료기관은 대부분 최근 개원했다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라면서 "기존에 개원한 의료기관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신규 개원의들이 폐업이 잦다"고 설명했다.
은평구의사회 한 임원은 "재개발 공사 시작으로 인해 북아현동 일대 의료기관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면서 "지역 정보에 밝아야 좋은 개원입지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