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안건 심의를 앞두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11일 회의 일정이 연기됐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후 건정심 위원들에게 “안건준비로 인해 건정심 일정을 연기한다. 제4차 회의는 18일 오후 2시 개최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로써 복지부는 1월 20일 건정심을 대형병원 약값 인상안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데 이어 3월 3일과 3월 11일 일정은 국회일정과 안건준비를 이유로 내세우며 연이어 일정을 번복한 셈이다.
복지부의 이같은 태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건정심 위원임에도 건정심이 왜 미뤄지는지 상정안건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명확한 해명도 없이 일정을 매번 연기하는 것은 복지부가 떳떳하지 못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다보니 복지부가 건정심을 자기 입맛에 맞춰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유가 어떻든간에 회의를 며칠 앞두고 연기 일정을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누구나 아는 국회 일정과 겹쳐, 안건준비 부족 등의 이유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건보 재정 적자폭을 5천억원선에서 막으려다 보니 지출억제에 대한 고민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건정심 목적은 결국 재정절감에 있는 만큼 관련단체와 의견조율을 위해 연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복지부는 건정심 연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 공무원은 “오후가 되서 건정심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면서 “위에서 결정하는 사항인 만큼 연기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건정심의 특별한 사안은 장관을 거치나 위원장인 차관과 실국장 선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11일 법사위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이 다뤄지게 돼 건정심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이은 건정심 연기는 전례가 드문 경우로 자칫 복지부의 정책추진 신뢰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김경자 부위원장은 “3월 현재까지 올해 건정심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며 “건정심 권한과 역할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결국 약값 본인부담률을 인상하려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