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 오라는 부인의 잔소리에) 의사들 밥값, 술값 대주기도 힘에 버겁다."
"(의사의 고장난 핸드폰을 받아 들며) 빛의 속도로 달려가서 고쳐오겠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제약협회가 의사와 영업사원 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과장한 모 방송에 대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의사가 영업사원을 단순한 노무나 편익 제공자로 대하는 장면과 자신의 직업(영업사원)을 한탄하는 장면 등은 두 직종의 이미지 실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협 문정림 대변인은 9일 통화에서 "드라마에서 의사 등 특정 직업군을 등장시켜 (현실과 다르게) 부정적이거나 왜곡된 이미지를 보여줬다"며 "특히 공중파는 파급력이 강해 (왜곡된 장면을) 국민이 그대로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특히 영업사원이 형광등을 달거나 의사가 '핸드폰을 고쳐오라'고 지시하는 장면은 쌍벌제 이후 노무나 편익 제공도 리베이트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변인은 "쌍벌제 이후 의사-영업사원 간에 노무나 편익제공 등은 리베이트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하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방송은 지금도 마치 그런 것 마냥 표현했다. 협회 차원에서 방송사에 책임을 물을지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제약협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제약협회 한 고위 임원은 "기사 내용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방송을 모니터링 한 후 (사과 방송 등의)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다. 자칫 제약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극중 영업사원, 의·약사 접대자와 힘 없는 가장으로 묘사
한편, 문제의 드라마는 제약사 영업사원을 직장에서는 의·약사 접대자로, 집에서는 힘없는 가장으로 묘사한다.
가장 최근의 방송은 의사와 영업사원 사이를 지나친 갑을 관계로 표현했다.
방송을 보면, 영업사원은 교수방에서 탁자를 닦고 있다가 교수가 들어오자 "형광등 다 고쳤습니다"라고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보고하듯 말한다.
이어 영업사원은 신약이 나왔다며 브리핑을 준비하지만, 교수는 대뜸 자신의 핸드폰을 고쳐오라고 지시한다.
이에 영업사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빛의 속도로 달려가서 고쳐오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방을 뛰어나간다.
이후 교수는 영업사원이 가져온 제품 브로셔를 내용도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는 방송 내용과 흡사할 지 몰라도 아닌 곳이 많다"며 "쌍벌제 이후 관련 업계가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방송은 씁쓸하다"고 한숨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