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면허신고제 도입과 의료단체 자율징계요구권 부여를 골자로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제도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 제도가 의료인을 옭아맨다는 비판도 있지만 면허제도를 선진화하고 의료단체의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의료인 면허신고제-보수교육 '정상화'
이번에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면허 3년마다 신고 의무화 ▲미신고시 면허 효력 일시정지 ▲보수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신고 반려 ▲품위손상 회원에 대한 의료인 중앙회의 징계요구권 부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의료인 면허신고제와 보수교육 의무화는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현재 의료법에도 의료인 실태와 취업상황을 각 중앙회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미신고시 제재 수단이 없어 사문화된 것 뿐이다.
보수교육 의무화 역시 의료법에 미이수시 과태료 부과 조항까지 있지만, 의료인의 취업 실태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제재할 수 없어 실제 처벌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면허 효력 일시정지'라는 제재 조항을 가지고 사문화된 면허 신고제와 보수교육을 정상화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복지위 관계자는 "의료인이 면허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면허 정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면허 정지 예고, 청문 등 다양한 사전 절차가 있으며 신고시 즉시 면허 사용을 허용하는 후속 조치도 마련될 예정"이라면서 "의료인이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억울하게 피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단체가 품위손상 회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일단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의료단체의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을 주도한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의료인 단체에 징계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의료인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보수교육 의무화를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의료인 면허 관리 기틀 마련-의료인단체 위상 강화
이번 의료인 면허신고제는 의료인 면허 관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비 청구와 관련된 신고에 의지해 간접적으로 의료인력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의료업 종사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 의료인에 대한 현황 파악이 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앞으로 보건의료인력 수급 정책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애주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의료인력 관련 현황 파악과 통계가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의료인력 관리가 소상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 면허신고제의 또 다른 수혜자는 의사협회 등 의료인 중앙회다.
의료인 중앙회는 의료인 면허 신고를 복지부로부터 위탁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중앙회는 전체 회원과의 교류 및 결속을 강화할 수 있으며 회원에 대한 취업실태 파악이 가능해짐에 따라 적극적인 회원 관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의료인 면허 신고제, 회비 강제 납부와 '무관'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인 면허 신고제가 의료인 중앙회의 회비 납부 강제화와 연관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회원에 대해 면허신고를 거부하거나, 징계요구권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료인 중앙회가 권한을 갖고 있는 보수교육과 연계해 회비 납부를 의무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의료인 중앙회가 면허 신고를 받으면서 회비 납부를 독려하고 미납회원을 관리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강제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의협 관계자는 "면허신고제와 회비 강제 납부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면허신고제를 연계해 회비 납부를 강제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위 관계자도 "회비 납부와 면허신고제는 전혀 결부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의료인 단체는 면허신고를 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회비납부와 연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징계요구권이 발동되는 품위손상의 요건에도 회비 미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도 보수교육과 관련 "회원관리와는 별개 사안인 만큼 보수교육을 미납 회비 징수 등 다른 목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