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우수 인력을 빼갔다'며 CJ제일제당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한 것과 관련,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CJ가 상도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쪽과 한미 직원 이탈은 어디까지나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이견이 상충하고 있는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달 말경 CJ를 공정위에 고발했다. 자사의 영업사원을 가로채갔다는 이유에서다.
한미는 CJ가 지난해부터 1년 여에 걸쳐 충청도 지역 베테랑 영업사원 20여 명을 조직적으로 스카우트했다고 주장했다.
한미는 이에 대한 근거로 CJ 인사팀이 자사 지점장급에 보낸 이메일을 지목했다. 메일에는 '2011년 전진을 위해서 우수한 타짜(영업사원)를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 특히 세미급을 위한 담당자를 집중 공략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약업계에서 우수 인력 스카우트 전쟁은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공정위 고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는 공통으로 동종업종끼리의 다툼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각자의 생각은 달랐다.
먼저 한미를 두둔하는 입장이다.
국내 A제약사 임원은 "특정 지역에서, 그것도 베테랑 영업사원이 대거 이탈한 것은 (공개 채용을 했다고 하지만) 어느정도 CJ측에서 손을 쓰지 않았나 싶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우수 영업사원 이직은 국내 제약산업 특성상 거래처까지 딸려간다"며 "한미는 당장의 매출 누수 현상보다는 앞날에 대한 걱정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B제약사 관계자도 "우수 영업사원을 키우고, 해당 거래처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회사 측의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만약 CJ가 의도적으로 진행했다면, 상도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같은 현상을 정반대로 바라보는 이도 많았다.
국내 C제약사 임원은 "우수 인력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 못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현상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한미는 작년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올해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직원 이탈 현상을 공정위에 고발한 것은 '회사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미는 지난해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영업이익이 48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 전환된 것이다. 매출액(5946억원) 역시 전년(6161억원) 대비 3.5% 줄었다.
이 수치는 회사 분할 전후의 실적을 합산한 것이다.
다국적 D사 임원도 "최근 영업사원 빼가기 문제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인력빼가기 보다는 자연이탈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내 E사 관계자도 "한미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사 영업사원을 대거 데려간 것으로 안다"며 "이번 고발건은 실적이 좋을 때는 몰랐지만, 그렇지 않으니 조바심이 생겨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