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흉부외과 수가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의 30% 이상을 해당 과에 지원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 지방대병원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의 A대학병원 흉부외과 4년차 전공의는 18일 "수가가 100% 인상된 후 월급 150만원이 인상된 것 외에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면서 "복지부가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정한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전공의 월급이 올랐다고 해서 후배들에게 흉부외과를 지원하라고 하는 것도 우습고, 지원할 후배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B대학병원 흉부외과 2년차 전공의도 비슷한 반응이다.
그는 "수가가 올랐으니까 흉부외과 환경이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현재까지는 월급 인상 외에 뭐가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1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외과, 흉부외과 지원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수련병원들은 수가 가산에 따른 수입 증가분 가운데 외과 60%, 흉부외과 30% 이상을 해당 진료과에 사용해야 한다.
수입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전공의, 전문의 각종 수당 지급 및 임금 인상, 학술 지원, 의국 지원, 인력 충원(간호사 포함), 발전기금 등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 외과는 월 100만원, 흉부외과는 월 150만원 이상을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으로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수련병원의 지원 실적을 평가, 이를 위반한 경우 전공의 정원을 5% 범위에서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흉부외과 교수들도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방의 C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기준을 정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과 지원 비율을 90% 이상으로 정해야 흉부외과를 살릴 수 있다"고 질타했다.
D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 역시 납득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복지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이미 수입증가분의 70% 이상을 흉부외과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30%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지방대병원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지방대병원의 경우 수가가 100% 올랐지만 수입증가 효과가 미미해 30% 가이드라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의 경우 수가 인상후 1년간(2009년 7월에서 2010년 6월) 수입 증가액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을 제외하면 채 10억원이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수입 증가분의 30%를 흉부외과에 지원하더라도 연간 기껏 1억원도 되지 않아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공의 월급 몇 푼 올려준다고 해서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라면서 "수가 인상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문의가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