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업사원 채용에서 정원의 절반도 못 채웠다. 입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제약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높아져 입사 지원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
한 중소제약사 인사팀 관계자의 넋두리다.
최근 일부 국내 제약사가 영업사원 채용에 나섰지만, 응시자가 예년보다 턱없이 적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같은 연령대에 비해 높은 연봉, 자유로운 시간 활용 등으로 많게는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현상이다.
국내 A제약사 인사팀 팀장은 21일 "최근 쌍벌제 등으로 제약 영업 활동이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이탈하는 직원이 많아 채용 공고를 냈다. 하지만 응시자가 적어 목표 채용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불과 1년 전만해도 정원의 2~3배가 몰려 직원을 뽑는데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응시자 중 결격 사유가 있어도 탈락시켜야 할 지 고민할 판이다. 그만큼 제약업에 취직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일부 제약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고 바라봤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리베이트 사건과 쌍벌제 등 정부 규제정책 등으로 생긴 제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그리고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해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
최근 국내 B제약사에서 퇴사한 영업사원은 "쌍벌제 이후 영업 활동이 어려워져 근근이 버티다가 퇴사하게 됐다"며 "문제는 앞날이 어둡다는 것이다. 제약업에 다시 발들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직 국내 최상위 C제약사에서 두 달전에 그만둔 영업사원도 비슷한 견해다.
그는 "전 회사는 실적 등을 이유로 영업사원을 옥죄기로 유명했지만, 그에 걸맞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작년부터 실적이 좋지 않아 회사로 받는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타 업종으로 이직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전만 해도 선배들이 '열심히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제약사 영업사원'이라고 얘기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심지어 빨리 그만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제약업종이 과도기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니, 직원을 채용하는 국내 D제약사 인사팀 관계자는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는 "3~4년 전만해도 과장을 보태면, 입사 지원자가 회사 입구부터 100m 가량 줄을 섰다"며 "하지만 지금은 직원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쌍벌제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허탈해했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는 직원 채용에 큰 고민이 없어 보였다.
다국적 E제약사 관계자는 "제약계가 어려워졌다지만, 채용 공고를 내면 많게는 수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인다. 직원 채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