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발의된 지 23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공포 후 1년 후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당사자간 합의 또는 소송에 의존하였던 의료분쟁의 해결이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물론 제도의 안착 여부는 법률 시행 이후 지켜볼 일이나, 보건의료인의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른 의료분쟁의 해결 과정을 예상해 보았다.
의료분쟁조정법은 ①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설립과 조정중재원 내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및 의료사고감정단 설치 ②감정단의 의료사고 조사와 조정위원회의 과실, 인과관계 및 손해액 판단 ③조정신청이 있은 날부터 최장 120일 이내 조정결정 ④조정결정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 부여 ⑤임의적 조정전치주의 ⑥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 피해보상 ⑦손해배상금 대불제도 ⑧중상해를 제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조정신청이 있은 날부터 최장 120일 이내에 조정결정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그동안 소송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분쟁해결의 장기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또한 소송비용이 부담스러운 소액의 의료사고 피해에 대하여도 소송을 대신할 수 있는 제도로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보상,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등을 통한 피해구제의 길이 열려 있고, 조정결정에 불복할 경우 소송 제기를 통해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조정제도의 활성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보건의료인의 입장에서는 환자들이 조정신청을 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만, 조정제도에 응하고 싶지 않은 경우 조정신청서를 송달 받은 후 대응하지 아니하거나 해당 분쟁조정사항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면 조정신청이 각하되게 된다.
한편, 환자들은 조정을 강제하거나 조정금액을 높이기 위한 간접적 수단으로 형사고소와 병행하여 조정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점을 악용하여 형사고소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 예상된다.
또한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택하지 않고 계속하여 병원을 괴롭히는 경우, 의사 입장에서 과거에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라는 예외적 소송만이 가능하였으나, 이제는 의사가 오히려 간이하게 조정신청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의료분쟁조정제도의 핵심적인 절차 중 하나는 의료사고감정단의 사실조사, 과실 유무 및 인과관계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확인 등의 감정절차이다.
조정위원회는 감정단의 감정의견을 참작하여 조정결정을 내리고, 감정단의 감정의견은 추후 형사절차는 물론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보건의료인(피신청인)은 감정단의 사실조사 등 감정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여 감정서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감정결과가 불리할 경우에는 재감정을 신청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조정절차를 종결시킬 필요도 있을 것이다.
조정위원회의 조정결정에 대하여는 조정결정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조정중재원에 통보해야 한다. 이 경우 조정결정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무작정 부동의할 것이 아니라, 결정이유, 감정단의 감정의견, 소송비용 및 승소가능성 등을 신중히 검토하여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제정ㆍ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은 일정부분 아쉬운 점이 없지 아니하나 기존의 의료소송의 단점을 보완하고 의료사고 피해자나 보건의료인 양측의 이익을 조화롭게 배려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의료분쟁조정법을 통하여 의료분쟁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