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의료진들이 소아 응급진료를 거부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차세대 소아응급실 모델 구축을 위한 2차 시범사업을 공모하자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까지 응급의료기금이 한시적으로 확충됨에 따라 최근 응급의료센터를 대상으로 제2차 소아전용 외래응급실 개발 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들을 공모했다.
이 사업은 만 15세 이하 소아만 이용하는 전용 응급실을 만들고, 24시간 전문의가 진료하는 시스템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1시간 이내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또는 3년차 이상 전공의)가 진료해야 하며, 1~2년차 전공의와 수련의는 예진을 전담할 수 없다.
복지부는 소아전용 외래응급실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2곳에 이어 올해 4곳, 내년 4곳에 응급의료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소아전용 외래응급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의료기관 당 정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해당 의료기관 역시 10억원 이상의 대응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복지부는 이달 말 사업자를 선정해 예산을 교부할 예정이며, 해당 의료기관은 5월 2일까지 모든 공사를 끝내고 개소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의 모대학병원은 이 사업에 참여할지를 고심하다 포기했다.
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1일 "정부가 장기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10억원으로 소아전용 외래응급실을 운영할 수 없는 대학병원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24시간 소아전용 외래응급실에서 진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문의 3명과 간호사를 추가 채용해야 하는데, 현재의 수가로는 2~3년 운영하면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어 도저히 정상 가동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들이 낮 진료 뿐만 아니라 교대로 응급실과 병동 당직을 서고 있고, 그러다보니 연구도, 교육도 뒷전으로 밀려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소아전용 외래응급실까지 운영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가 의료체계가 인턴, 전공의의 노동 착취에 가까운 시스템에 기대고 있는데 전문의까지 그런 굴레를 씌우려 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3년차 이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외래응급실 당직을 맡기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는 "만약 전공의들에게 소아전용 외래응급실 당직을 세운다면 누가 소아과를 지원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의 또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이 사업은 복지부장관이 어린이날 소아전용 외래응급실에서 기념촬영하기 위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차세대 소아응급실 사업의 맹점은 소아과 전문의에 한해 진료하도록 한 것"이라고 환기 시켰다.
현실적으로 전문의 인력 충원이 어렵고, 소아환자가 전용 응급실에 내원하더라도 소아과 환자가 아니면 어차피 다른 과 인턴이나 전공의가 진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5월 초까지 완공하고 병원에 매칭 펀드를 요구하면 대형 사립대병원만 지원 가능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다 지역 안배도 없고, 사업비를 꾸준히 지원하는 것도 아니어서 일회성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아과 외에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모두 인정하고, 지역별 소아응급전문센터를 지정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소아응급 전담전문의를 양성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소아환자를 함께 진료하는 게 부적절해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면서 "의무적으로 전용응급실을 만들라는 게 아니라 의지가 있는 병원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소아전용 외래응급실이 전국적으로 몇 개가 필요한지, 예산을 계속 지원할지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