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국적제약사가 이례적으로 한국내 의원급 시장 공략을 위해 영업팀을 만들고, 직접 약을 팔겠다고 나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로컬 영업은 발품을 많이 팔아야 처방이 많이 나오는 특성 탓에 다국적사는 국내사와 제휴를 맺고, 이들에게 개원가 영업을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계 한국 머크사 의약사업부 머크 세로노는 최근 개원가 영업을 위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호남 사무소에 고혈압약 '콩코르' 영업팀을 런칭했다.
그간 이 약의 의원급 영업은 국내사인 JW중외제약이 담당했다.
머크 관계자는 "그동안 종병은 세로노가, 클리닉은 JW중외가 '콩코르' 영업을 담당했지만, 작년 말로 계약이 끝났다"며 "내부 회의를 거친 끝에 의원급 시장을 직접 맡기로 결정했다. 최근 18명의 영업사원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 같은 다국적사의 의원급 시장 영업 움직임이 비단 머크 세로노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한 다국적제약사는 작년 말에 별도의 로컬 영업팀을 만들어, 개원의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는 쌍벌제 이후 발품으로 처방을 이끌어내는 영업 방식은 가고, 약물 인지도 만으로도 큰 영업 인력 없이 충분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모 제약사 임원은 "불과 2~3년 전만해도 의원급 시장은 다국적사에게 난공불락이었다. 국내사와 공동 판매 계약을 맺고 개원가를 전적으로 맡긴 것이 이 같은 이유"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쌍벌제 이후 복제약을 처방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다국적사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국내사에 전적으로 의원급 시장을 맡기는 것보다는 조금씩 영역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분위기는 현장에 있는 개원의와 영업사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한 개원의는 "쌍벌제 이후 개원가에서 특정 다국적사 영업사원이 자주 방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모 영업사원도 "개원가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외자사 직원들이 많이 보인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