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협의회(전사협) 집행부가 입건되면서 의료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처벌이 확정되면 부정행위로 의사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시원을 향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범죄 수사대는 최근 의사 국시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전사협 집행부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하고 이를 공유한 것을 공무집행방해로 간주하고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수십년간 암묵적으로 내려오던 관행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전사협 집행부를 지낸 한 의사는 "시험이 끝난 후 동료들끼리 자신이 기억나는 문제를 공유한 것이 사법처리까지 갈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어느 시험이나 일어나고 있는 일을 굳이 의사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매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전국 의대생 연합회 간부를 지낸 한 의사도 "경찰과 언론에서는 의대생들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문제를 유출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마치 무슨 비밀 정보기관처럼 매도하며 히포크라테스까지 운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도 "시험에 출제됐다는 것은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이것이 사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특히 만약 형사처벌이 내려지면 이들 모두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혐의가 입증되면 국시 부정행위로 간주돼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당위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에 입건된 전사협 집행부 중에는 이미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도 있으며 만약 부정행위로 면허가 취소되면 향후 몇년간 국시 응시자격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에도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후배들을 지켜주지 못할 망정 범죄자로 몰아가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의대 교수는 "만약 후배들이 잘못이 있더라도 잘 타이르고 꾸짖어 올바른 길로 유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에 언론까지 동원해 의사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서야 되겠냐"고 꼬집었다.
모 의대 학장도 "사실 의대생 단체에서 집행부를 맡았다면 책임감있는 의료계의 동량일텐데 이렇게 미래를 망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국시원도 이들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시원은 말을 아끼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시원 관계자는 "아직 경찰로 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보지 못해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하지만 국시 응시전 시험 문제를 유출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서약을 하는 이상 면허 취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