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영상장비 수가인하 뒤집어보기
의료계가 영상장비 수가인하 후폭풍으로 신음하고 있다. 장비별 최대 30% 인하라는 초유의 사태를 놓고 관련학회는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수가인하 결정에 담긴 의미와 의료계의 대응책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상>건정심 수가조정의 양면성
<하>관례화된 수가인하 개선방안
영상의학회는 지난주 영상검사 수가인하에 대한 행정소송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
학회측은 보건복지부가 수가인하 고시 개정안을 공지하면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대응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백내장수술과 병리조직검사의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이어 올해 영상검사 수가인하 등 재정절감 카드가 의료계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적정수가와 적정이용을 원칙으로 수가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험급여과 박민정 사무관은 “급여화된 항목의 검사건수가 늘어나면 수가인하를 해야한다는게 재평가의 논리”라면서 “영상검사의 경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비로 청구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지속된 수가인하를 예고했다.
문제는 수가 재평가 결과가 재정절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6월 병리조직검사 수가인하(171억원 절감)의 파장이 전공의 지원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0년도 60%인 병리과 전공의 지원율이 2011년도 38%로 20% 이상 격감했다.
더불어 병리과의 수입감소도 이어졌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010년 병리과 수입감소가 전년대비 15%에 달해 올해 6월까지 1년치를 추계하면 20~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의대 서정욱 교수(병리과)는 “수입감소는 인센티브 감소로 이어져 병리과 의사의 급여와 업무환경 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수가인하로 병리과에 어떤 변화가 있었냐고 묻는 많은 의사에게 답해줄 말이 없다”며 허탈감을 표했다.
영상의학회 역시 수가인하의 여파가 재정손실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주형 보험이사(경희의대)는 “한번 무너지면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은 산부인과와 흉부외과 사태를 통해 이미 드러났다”며 “전공의 격감과 장비 노후화를 가속화시켜 결국 의료의 질 저하는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급여화된 영상검사 사용량 증가를 복지부는 예상하지 못했을까.
복지부는 1년 이내 CT와 MRI, PET 등 비급여 규모 및 유지보수비 실태조사를 통해 장비별 사용연수와 검사 건수를 고려한 차등수가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정 사무관은 “급여 당시 차등수가 등 보완장치를 마련했더라도 사용량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하고 “산출결과 30% 수가인하율이 나왔다면 의료계는 다른 카드를 들고 나왔을 것”이라는 답했다.
잇따른 수가인하 조치에 의료계가 반성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상검사 수가인하 등 재평가 방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오래전부터 상정된 안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인사는 “수가인하 방안이 나왔을 때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며 “복지부가 예상한 절감액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지연작전에 집중한 것이 예상치 못한 수가인하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수가인하의 칼날은 영상검사를 시발점으로 이번달 건정심에 상정되는 약국 조제료 외에도 치료재료, 요양병원 재활치료 정액제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표 참조>
의료계 내부에서는 건강보험 지속 유지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의대 서정욱 교수는 “병리조직검사와 영상검사 수가인하의 학습효과로 재정절감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의료장비와 치료재료 수가를 인하한다면 반대로 의사 행위는 인상시켜야 올바른 의료체계가 정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도 “솜씨좋은 의사는 퇴출되고 기구와 장비를 이용한 의료기술자만 살아남고 있다”고 전하고 “필수의료 술기에 대한 과감한 수가반영이 재평가의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