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영상장비 수가인하 뒤집어보기
의료계가 영상장비 수가인하 후폭풍으로 신음하고 있다. 장비별 최대 30% 인하라는 초유의 사태를 놓고 관련학회는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수가인하 결정에 담긴 의미와 의료계의 대응책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상>건정심 수가조정의 양면성
<하>관례화된 수가인하 개선방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지난달 28일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상장비 수가인하를 전격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오는 5월부터 CT 15%, MRI 30%, PET 16% 등의 수가인하를 시행해 약 1600억원의 건강보험 비용을 절감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수가인하 파장은 복지부의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병원급은 선택진료비와 종별가산율, 판독료 가산에서 의원급도 장비 리스비 등 검사비와 연동된 비용손실이 눈덩이 처럼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150억원과 서울대병원 120억원, 세브란스병원 120억원 등 ‘빅 5’ 병원 피해액만 500억원을 초과하고 있으며 종합병원도 수 억원대에 이르는 등 의료기관에서 3000억원 이상의 경영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수가인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건정심에서 최근(09~11년) 의결·시행된 수가조정 주요 항목을 살펴보면, PACS를 비롯하여 자동화검사, 백내장술 및 병리조직검사 그리고 영상검사 등 수가인하가 지속됐다.
<아래 표 참조>
이중 병리조직검사 수가인하는 지난해 병리과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를 촉발시켰으며, 백내장술 수가인하는 올해 3월까지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의료계와 복지부간 불신을 부채질했다.
이들 수가조정 항목의 공통점은 특정 분야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PACS 수가인하는 영상의학과에, 자동화검사는 진단검사의학과, 백내장술은 안과, 병리조직검사는 병리과, 영상장비는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 등에 영향을 미쳤다.
영상의학회 오주형 보험이사(경희의대)는 “건정심 수가 결정이 특정 진료과에 한정되어 있어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다”면서 “한정된 건보재정에서 수가인상은 다른 과에 피해를, 수가인하는 이익으로 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특징은 급여 결정부터 수가인하가 예고됐다는 점이다.
자동화검사와 병리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항목은 모두 상대가치점수 인상이나 급여 결정시 검사 건수 증가를 예상해 사후 수가조정의 단서를 달았다.
다시 말해, 건보재정 지출의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언제든 삭감의 칼을 들이댈수 있는 ‘시한폭탄’을 장착했음을 의미한다.
병리조직검사의 경우, 2008년 건정심에서 상대가치점수 상향조정시 1년 동안 청구현황을 모니터링 후 수가 재분류와 기준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영상검사도 CT(96년)와 MRI(05년) 및 PET(06년) 등 장비별 급여결정시 검사건수 증가와 내용연수 등 원가변동 발생시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
건정심을 통한 수가인하는 복지부의 준비된 절차인 셈이다.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복지부는 급여 확대 후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 무조건 줄여왔다”면서 “의료계 스스로 이에 대비한 내부 노력과 논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