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병원장이 의학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국내 의학자로서는 처음으로 4번째 연구논문을 게재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NEJM은 인용지수(IF)가 51.4에 달할 정도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4개의 논문을 발표한 것 자체가 대단한 연구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NEJM은 4월 4일자 최신호에 박승정 병원장의 연구 논문 '좌간동맥주간부 치료에서 수술과 중재 시술의 비교'를 게재했다.
박승정 병원장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4일 오전 8시 NEJM의 엠바고가 해제된 때에 맞춰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뉴올리언즈에서 1만 여명의 전세계 심장학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박승정 병원장이 이번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좌간동맥 주간부에 관한 내용이다.
전신에 혈액을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심장, 그 자신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혈관 부분을 좌간 동맥 주간부라고 한다. 영어로 left main 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그림 참조)
좌주간부인 이 위치에 병이 생겨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술을 할 것인지, 상대적으로 간단한 치료법인 심혈관 중재시술인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혀 치료를 끝낼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전세계 심장학자들이 갖고 있는 최근의 핫이슈이다.
박승정 병원장팀(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 포함)은 이번 연구를 위해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의 13개 연구기관에 등록된 좌주간부 병변환자 1454명 중 무작위로 300명의 약물스텐트 시술군과 300명의 수술치료군을 선정, 총 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과 수술의 결과를 비교했다.
시술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와의 무작위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박승정 병원장팀은 2008년에도 NEJM에 좌주간부의 스텐트 시술에 대한 치료 결과를 발표한 바가 있지만 이번 연구는 시술자의 주관적인 선택이 배제돼 연구 결과를 좀 더 객관적으로 신뢰할 있는 무작위 연구배정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연구 결과 시술이나 수술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및 재시술의 발생 빈도는 스텐트 시술군에서 8.7%(26명), 수술치료군에서 6.7%(20명)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2년이 지난 후에도 두 가지 치료에서 사망, 심근경색 및 뇌졸중의 발생 빈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확장하는 심혈관 중재시술이 가슴을 열고 큰 수술을 시행하는 방법보다 치료 결과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수술에 대한 막중한 의학적, 경제적 부담감 등으로부터 자유스러운 심혈관 중재시술로도 수술에 못지않은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결과로 좌주간부 질환 환자들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박승정 병원장의 공식 발표로 앞으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이 좌간동맥 주간부의 진료 지침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심장의학자가 전 세계 심장병 치료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정립한 것이다.
과거에는 모든 심장의학자들이 좌간동맥 주간부가 좁아지거나 막히면 무조건 가슴을 여는 대형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심지어 박승정 병원장팀이 좌주간부에 스텐트 삽입술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흉부외과 의사들은 "미친 의사"라는 혹평을 한 바 있지만 최근에는 "그가 옳았다"며 새로운 치료법에 동의하고 있다.
전세계 심장학 교과서도 이제는 '좌간동맥 주간부 치료를 심혈관 중재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수정, 박승정 병원장은 심장학 교과서를 바꾸는 최신 심장의학의 선구자로 평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