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조영제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계속해서 엇갈린 판결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09년 조영제 시판후 조사(PMS) 리베이트 혐의로 면허정지를 받았던 41명의 의사 중 대다수가 승소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중 일부는 철퇴를 맞고 있는 것.
서울고등법원 행정 10부는 8일 조영제 시판후 조사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면허가 정지된 A교수가 이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의사 면허 정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당한 PMS는 리베이트로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이를 처벌한 복지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특히 지난 2009년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41명의 의사 중 대다수가 항소심에서도 승소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서울고등법원 행정 2부, 5부, 8부는 최근 모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B교수 등 3명의 의사 면허정지 처분 항소심에서 복지부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들이 PMS 계약을 체결한 뒤 조사표를 수거해 검토하고 그 결과를 식약청에 보고하는 등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한 만큼 이를 청탁의 대가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고법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A교수는 왜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일까. 이유는 바로 PMS를 수행하는 성실도에 있었다.
A교수는 모 조영제 회사와 PMS 연구용역계약을 맺고 지난 2005년 2천만원, 2006년 1천만원, 2007년 1천만원을 받은 뒤 각각 200~400건에 대한 증례 연구를 진행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 교수가 PMS를 통해 연구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이 금액을 청탁의 대가로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에서 A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의사들이 승소한 이유다.
그러나 고법은 PMS 결과 보다는 과정에 주목했다. 과연 이 교수가 성실하게 PMS를 수행하고 이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았는가에 초점을 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제약회사의 자발적 PMS는 약사법에 의해 허용되는 연구활동"이라며 "그러나 연구용역계약이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약품 채택을 위한 대가로 활용됐다면 이는 리베이트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A교수와 제약사간 PMS 계약이 본사나 연구부서가 아닌 영업사원에 의해 주도됐고 조영제 판매량에 따라 연구비가 점점 더 늘어난 것을 보면 이는 리베이트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A교수가 제출한 증례보고서에 조영제 사용에 대한 부작용은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금품을 받기 위해 PMS 계약을 맺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즉, 같은 금품을 받았더라도 꼼꼼하게 증례를 분석하며 연구했다면 정당한 PMS로 볼 수 있지만 부실하게 이에 임했다면 리베이트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인 셈이다.
이처럼 서울고법이 같은 회사에서 이뤄진 시판후 조사 계약을 놓고 엇갈린 판결을 내놓고 있으며 최근 PMS에 대한 전방위 리베이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대법원이 이에 대해 어떠한 판례를 제시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