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김모 원장은 최근 단골환자와 얼굴을 붉히는 일이 발생했다. 김 원장이 DUR시스템을 통해 내과의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이를 물어보면서 부터다.
환자는 자신의 진료기록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져 물었고, 내과 진료 기록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흥분했다. 김 원장이 DUR시스템에 대해 설명했지만 환자는 그냥 나가버렸다.
지난 4월 1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된 DUR시스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신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개원의들은 DUR시스템이 병용금기, 중복처방을 줄여준다는 장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필요 이상의 진료정보가 노출된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처방 약에 대한 정보 이외에 환자가 진료 받은 의료기관 명칭과 연락처 등을 노출시키는 건 불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산부인과 최모 원장은 12일 "DUR이 병용금기, 중복처방을 막기 위해서라면 의료기관 명칭과 연락처는 불필요한 내용 아니냐"면서 "환자 사생활 침해를 막기위해 최소한의 정보만 보여주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경정신과개원의협의회는 최근 DUR 관련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 산부인과의사회와 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도 조만간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DUR시행에 따른 진료정보 노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며 실제로 일선 의료기관에선 이 때문에 환자들의 민원이 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개원의들은 진료정보가 아닌 약물정보만 표기되기 때문에 무관하다고 하지만 약물 정보만으로도 병명이 쉽게 유추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경정신과개원의사회 노만희 회장은 "DUR이 중복처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진료정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정신과 환자들은 자신의 진료기록에 대해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심평원도 대안을 마련 중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명칭과 연락처는 시범사업에선 기재하지 않았다가 일선 병의원과 약국의 요청에 의해 추가한 사항"이라면서 "예기치 않았던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의료기관 명칭과 연락처를 기재하되 원할 경우 클릭해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병·의원의 참여가 중요한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