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의원에서 기침 감기에 주로 처방해온 진해거담제 '레보투스 시럽(성분명:레보드로프로피진)' 처방이 무더기로 삭감되면서 개원가가 혼란에 빠졌다.
전체 삭감액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시장 규모가 50억원에 달하고, 지난 수년간 병·의원에서 흔히 처방해 온 약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삭감조치는 지난 달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레보드로프로피진'에 대한 전산심사 기준을 정리하면서부터다.
심평원은 해당 약물이 급·만성 기관지염에 효능, 효과가 있다고 허가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전산심사에 반영했다.
심평원 측은 "수년 전부터 식약청 허가사항에는 급·만성 기관지염 약물로 돼 있는 것을 전산심사에 반영했을 뿐"이라면서 "하기도감염 환자에게 처방한 것은 괜찮지만 상기도감염 환자에게 이를 처방한 경우 삭감조치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선 개원의들이 알고 있는 약물의 효능, 효과와 심평원이 확인한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심평원은 해당 약물을 급·만성 기관지염 약물 즉, 하기도염 질환에만 처방할 수 있다고 봤지만, 개원의들은 기관지염 이외에도 기침(상기도염 질환)까지 효과가 있다고 알고 처방해왔다.
실제로 약물 수입사인 H제약사는 기침 및 급·만성 기관지염에 효능, 효과가 있다고 홍보해왔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심평원이 3월 급여 청구분부터 새로운 전산심사 기준을 적용, 병·의원에 무더기 삭감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일선 개원의들은 "다빈도 처방 약물인데 삭감을 하기 전에 공지사항도 없이 이래도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레보드로프로피진'이 출시된 것은 지난 2000년도. 앞서 10년간 기침약으로 알고 처방해 왔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가 갑자기 심사기준이 바뀌었다며 삭감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개원의들의 입장이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놀란 것은 병·의원만이 아니다.
삭감 조치를 당한 개원의들이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심평원은 하루에도 수백 통의 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식약청 허가 사항대로 했을 뿐인데 이처럼 반발이 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그는 "이미 전산 심사 기준이 바뀌어서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에서 항의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있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일부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심사기준이 바뀔 때마다 건건이 이를 공지할 수 없다는 게 심평원 측의 입장이다.
또한 H제약사 측은 삭감 소식에 황급히 허가 사항을 재확인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느라 분주하다.
H제약사 관계자는 "10년 전 허가받은 사항이라 다시 자료를 찾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 '레보드로프로피진'은 알려진 것처럼 기침약이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