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회장 '대회원 서신문' 전문 |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협회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 대의원총회에 즈음하여 전국의 회원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불철주야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 이제 하나씩 하나씩 그 성과들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간 안타까운 일도 많았습니다만, 회원 여러분이 소신껏 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통이나 수모도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기쁜 마음으로 회원 여러분께 새 봄 인사와 함께 그간의 성과에 대해 보고말씀 올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장애를 만났습니다. 이번 감사에서 불거진 2010년 설 명절 선물용 와인 구입과 관련한 의혹과 물의가 그것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임원회의에서 설 명절 선물로 와인을 구입키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와인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 저의 가족이 경영하는 아트센터마노(레스토랑)가 와인을 싸게 구입해 왔다는 데 생각이 미쳐 비서팀장에게 참고해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일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 문제가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랬는데 최근 문제가 불거져 나왔고, 사실관계를 확인해본 결과 아트센터마노의 구 모 직원이 경영주와는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와인을 구입하여 의협에 납품한 데서 문제가 생긴 것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구 모 직원은 아트센터마노 명의의 견적서와 가격비교를 위한 타 견적서를 의협에 보냈고, 비서팀장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견적가가 싸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면세라는 설명을 듣고 구매를 시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트센터마노는 도매업체가 아니어서 와인 납품을 할 수 없음에도 구 모 직원은 이러한 사실을 비서팀장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와인 을 구입하여 차익을 남기며 의협에 납품했음이 드러났습니다. 또, 구 모 직원이 그 차익을 구 모 직원의 통장에 입금하여 아트센터마노의 일부 운영자금으로 썼음도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몇 일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어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닙니다. 당시 아트센터마노의 운영은 전적으로 구 모 직원에게 맡겨놓은 상황에서 구 모 직원이 와인 대금을 아트센터마노 계좌가 아닌 다른 직원의 개인 계좌를 통해 입금 받았기 때문에 그러 한 사정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단지 비용절감만을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 도 물의가 빚어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회원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도 아시겠지만, 제가 지금 뭐라 해명하든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취지의 순수성과 결백을 호소하더라도 의혹을 잠재울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행부에서는 소송심의특별위원회의 검토와 상임이사회의 의결로 구 모 직원을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사기 혐의로 어제 고소했습니다. 이는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고자 함입니다. 저는 법원이 사건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믿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만일 제게 잘못이 있다면 기필코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러니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은 의료계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주지하시듯 우리협회는 지난 10년간 회장과 회장 직무대행이 10차례 바뀌는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그 같은 혼란은 의료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이 되기는커녕 심각한 장애가 되어 왔습니다. 다행히 현 집행부 들어, 막혔던 정부 및 국회와의 대화채널이 열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1차 의료 살리기를 위한 논의의 토대가 겨우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구체적인 과실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30개 세부 과제에 대한 정부와의 협의를 잘 마쳐, 제도로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부 과제는 하나 하나가 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제도 정착을 위해 매진해야 합니다. 지불제도 개선 요구,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의료계에 대한 공세도 갈수록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를 여하히 막아내느냐 하는 것 또한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중요한 일입니다. 어쩌면 의료계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회원 여러분께서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셔야 할 때입니다. 저는 여전히 초심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잘못된 작은 제도 하나 바꾸기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어렵고도 어려운 게 현실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작은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있습니다.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그리하여 회원 여러분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끝까지 분골쇄신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합니다. 근래 저의 대한의사협회장직 사퇴 주장이 대두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사퇴가 의료계에 도움이 된다면 주저 없이 물러날 용의가 있습니다. 또, 저 역시 그간 사퇴를 고민해보지 않은 게 아닙니다. 하지만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다고 생각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 하고자 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 여러분께서 저의 사퇴를 요구하신다면 회원 여러분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4월 20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경만호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