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은 경희대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센터장 최원철)가 암환자들에게 허가를 받지 않은 한약 '넥시아'를 판매했다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강동경희대병원은 관련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해 11월 23일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강동경희대병원이 임상시험계획 승인만 받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임상시험약 'AZINX75'를 '넥시아'라는 제품명으로 바꿔 고가에 판매했다는 게 영장 내용이다.
또 강동경희대병원은 식약청의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거나 제조판매 품목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회사 '에이지아이'에서 옻나무를 원료로 사용한 'AZINX75' 제품을 1주일 분에 75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가 무허가 의약품인 '넥시아'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은 20일 이같은 수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방암센터 최원철 센터장은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임상시험약을 판매했다는 허위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15년 이상 사용중인 '넥시아'를 무허가 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넥시아'는 15년 이상 과학화와 표준화를 위해 QC(Quality Control) 감리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감리를 받아 대학병원 감독 아래 투여해 왔다"고 분명해 했다.
그는 "그런데 식약청은 감리기관을 불법 생산소로, 대학병원을 불법 판매소로 몰아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원철 센터장이 말기암환자에게 투여하고 있는 넥시아는 한약 추출물(aRVS, 칠액(漆液) 법제분)을 이용한 천연물 종양 치료제다.
최 센터장은 2006년 4기 암환자 85명에게 넥시아를 투여한 결과 5년 생존율이 무려 22.4%에 달했다는 후향적 코호트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지만 의학계는 이같은 보고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최 센터장은 지난해 국제적으로 저명한 암 학술지인 ‘Annals of Oncology' 6월호에 한약 '넥시아'를 이용해 신장암에서 폐로 전이된 암환자의 종양이 완전 소실된 2례를 게재하기도 했다.
특히 강동경희대병원은 '넥시아'와 현재 임상시험 중인 'AZINX75'는 완전히 다른 약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옻나무에서 한약을 추출해 환자에게 투여해 왔다.
'넥시아' 역시 최 교수가 15년 이상 말기 암환자에게 사용해 온 한약이며, 'AZINX75'는 옻나무에서 추출한 천연물 신약 후보물질이긴 하지만 의대 교수들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하(혈액종양내과) 교수는 "'AZINX75'는 옻나무에서 추출한 천연물을 제형화해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없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전 교수는 "'AZINX75'는 한약인 '넥시아'와는 분명히 다른 약"이라면서 "의사가 인삼의 특정 성분을 추출해 양약을 개발했다고 해서 한의사가 인삼을 처방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AZINX75'의 경우 임상시험 약이어서 일반인에게 고가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넥시아'는 한약제여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한의사가 임상에서 투여하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원철 센터장도 "천연물에서 추출한 약제라 하더라도 임상시험을 한 후 투여하고, 현재 한방에서 사용중인 한약을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2002년부터 4차례 수사를 받았고, 이번에 소환되면 102번째"라면서 "'AZINX75'는 의대 교수들이 임상시험 중이어서 본 적도, 간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임상시험약을 비싸게 팔아먹었다며 교수를 피의자로 몰고, 치욕적인 모독을 주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최 센터장은 "만약 '넥시아'에 문제가 있다면 수사를 시작할 당시부터 즉각 사용중지, 진료중지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최 센터장은 "식약청 수사로 인해 수천명의 중증 암환자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고, '넥시아' 일부 제형은 생산이 중단돼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