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 추출액으로 만든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의 2차 치료성적이 발표되면서 항암제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임상시험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암환자의 생존율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임상연구결과를 일축하고 있어 동서신의학병원은 '넥시아'의 약효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야할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는 28일 제2차 국제동서암치료 EBM 심포지엄을 열어 2006년 5월 병원 개원 직후부터 한방 천연물 암치료제로 알려진 ‘넥시아’를 투여한 암환자 672명의 생존율을 발표했다.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 이수경(사상의학과) 조교수는 한방치료를 목적으로 통합암센터에 내원해 3일 이상 ‘넥시아’를 투여받은 672명의 평균 6개월 생존율이 61.3%이며, 9개월 생존율은 49.5%였다고 밝혔다.
위암 4기의 6개월 생존율은 69.5%, 9개월 생존율은 69.5%였고, 유방암 4기의 6개월 생존율은 76.6%, 9개월 생존율은 63.8%였다.
이어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김세현(의학통계학) 부교수는 진행성 비소세포성폐암환자로 판명 받아 8주 이상 넥시아를 투여한 78명(3기b 17명, 4기 61명)의 10개월 생존율을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들 환자의 경우 '넥시아'를 투여하기 이전에 최소 1종 이상의 항암치료를 받았으며, 전향적 코호트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치료군의 10개월 생존율이 69.1%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서신의학병원 개원 이후 '넥시아'를 투여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만큼 통합암센터는 앞으로 2년 이상 생존율도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동서신의학병원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넥시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보다 많은 암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서신의학병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후향적 코호트 연구방법에 이어 전향적 코호트를 통해 한방의 치료수단을 양방의 기준과 임상연구방법론으로 평가한 다학연계의 모델"이라며 "앞으로 미국 UCLA대학을 비롯한 유수 대학 교수들과 공동연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동서신의학병원은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SCI 학술지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반면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전문가들은 동서신의학병원이 암환자의 생존율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모교수는 "의약품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조약이 있어야 하고, 초기환자인지, 진단이 정확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면서 "그런 것을 검토하기 전에 생존율을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연구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생약이라고 하더라도 암치료제라면 당연히 약을 환자에게 투여 복용하기 이전에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며 "기존의 약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유효성이 있는지 검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연구 윤리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넥시아'가 독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넌센스라고 못 박았다.
그는 "독성이 적은 약은 있지만 전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밥도 많이 먹으면 이상반응이 오는데 독성이 없다면 효과가 없다는 것과 같다"면서 "하물며 항암제가 부작용과 독성이 없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식약청이 나서서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약은 한약, 양약을 불문하고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쳐 효능이 입증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연대 세브란스병원 임상시험센터 모교수 역시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생약이라는 게 애매하긴 하지만 약효가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약에 준하는 임상시험을 거치는 게 당연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천연물 생약이라고 하더라도 암치료제라면 기본적으로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 투여용량, 독성을 규명해야 하고, 비교대상이 없다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청 관계자는 "천연물 생약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동서신의학병원이 '넥시아' 생존율을 발표한 후 알아본 적이 있지만 당시 우향적 코호트 연구방법이어서 식약청 승인을 받지 않았고, 이번에 발표한 내용 역시 마찬가지 사례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