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의료계와 시민단체 및 공익단체, 관련부처 26명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과 의료자원 등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위원회를 바라보는 보건의료계의 시각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상>허울뿐인 위원회 재연되나
<하>합의로 포장된 건보 압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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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향후 10년 보건의료 분야의 다양한 제도개선 이슈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보건의료미래위원회’(이하 미래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참석 위원들은 건강보험 및 의료제도와 더불어 의료산업 분야를 추가해 3개 소위원회를 구성해 8월까지 보건의료분야를 전반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미래위원회 발족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2011년 복지부 연두업무 보고회에서 보고된 내용으로 이미 예견됐다.
여기에는 고령화와 의료욕구 증가, 의료기술 발전 등에 따른 비용증가로 건강보험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진수희 장관은 첫 회의에서 “갈등과 이념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혜를 모아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해 달라”며 각 단체의 협조를 당부했다.
건강보험 등 의료체계 발전을 논의하는 위원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의약분업 사태에 따른 의사들의 저항이 고조되자 대통령 자문기구인 ‘의료제도발전위원회’(이하 의발특위)를 구성해 의료계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발특위는 의료수가체계 합리적 개편과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주치의제도 도입, 의대 입학정원 감축, 의사 등 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일차진료인력 양성 위한 전문의제도 개선, 전공의 처우개선 등 포괄적인 내용을 논의했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이하 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영리법인 허용과 해외환자 유치, 의료자원 적정화, 병상과잉 등 의료공급체계 재편, 병원채권제도 등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수가개편과 전문의제 개선, 영리법인 허용 등 답보상태”
하지만 의료계 내부의 이해관계와 진보단체의 반대 등에 부딪쳐 의료수가 개편과 의대 입학정원 감축, 전문의제도 개선, 의료자원 적정화 및 영리법인 허용 등 논의안건 대부분이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대통령 자문기구로 ‘미래기획위원회’를 두고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 및 글로벌헬스케어 등 17개 신성장동력을 선정,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해외환자 유치 등 일부를 제외하고 이렇다할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최근 10년간 논의 과정에서도 합의를 이끌지 못한 의료제도 개선책을 5개월만에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의발특위 등 기존 위원회도 성과가 없었는데 8월까지 무슨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더욱이 의료산업을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경희대 정기택 교수도 “미래기획위원회도 내부회의를 100번도 넘게 해 계획을 잡고 있는데 단기간내 합의 도출은 상식적으로 어렵다”면서 “일례로, 의료산업 논의는 관련부처 등 이해당사자가 많은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협회 장현재 의무이사는 “그동안 정권 유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왔다”며 “정치 논리로 풀어갈 뿐 특정단체를 위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건강보험 위기 극복을 위한 미래위원회를 부정적으로 결론짓는 것은 섣부른 시각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는 “어떻게든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직 단정짓기는 이르다.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 소위원회를 해봐야 안다”고 언급했다.
“건강보험제도 대책 필요…아직 단정짓기 이르다”
연세대 이규식 교수도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나 의료체계 개선과 발전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복지부 성창현 팀장(미래위원회 TF)은 “의료계 등 일부에서 우려할 수 있으나 진정성 있게 접근하겠다”면서 “10년을 내다보며 논의한 위원회가 없었던 만큼 정책화라는 차별성을 갖고 8월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시적 운영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건강보험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미래위원회 카드가 공급자단체의 또 다른 압박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