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회원들의 욕설과 고성으로 얼룩진 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를 지켜본 대의원과 회원들의 말이다.
대의원총회 분위기를 험하게 만든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일반 회원들을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만든 의협 집행부도 책임이 있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날 참석한 대의원은 "심경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것은 심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안건을 논의할 때마다 구회를 외치고 고성을 지르며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문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의원은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느냐.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상소리까지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히 의료계 원로 의사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정기대의원총회를 지켜본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은 "의사협회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일어나선 안 되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모 원로 회원은 "의사협회가 과거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언제 이렇게 망가졌느냐"고 혀를 찼다.
기성세대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대의원도 일부 있었다.
현재 기성세대들이 과거부터 미래를 준비해왔다면 후배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대의원은 "그만큼 회원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면서 "회원들이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에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서 불만을 해소할 곳을 찾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이는 결국 의약분업 부작용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면서 잘못된 정부 정책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한편, 이날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경만호 회장에 대한 불만과 함께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한 회원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면서 "지금까지 의협이 회원들의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해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회원은 집행부가 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에서 찾아왔다는 한 회원은 "최근 경만호 회장을 둘러싼 횡령의혹이 불거졌다"면서 "집행부와 경만호 회장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회원들이 이 자리까지 참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이번 대의원총회에 참석한 회원 400여명은 의사협회의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초등학생 수준의 회의 진행에 화가 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개회식 시작 전 테이블로 회원들의 출입을 막은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