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특히 교수들은 진료와 전공의 수련, 연구에 매진하느라 늘 사회의 변두리에 있었습니다. 이제는 연구실을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대한소아과학회 이준성 이사장은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 학술적 논의를 배제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교수들도, 전공의들도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올바른 의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다.
이 이사장은 "이번 춘계학회는 최대한 학술적인 부분을 배제했다"며 "사회적인 이슈와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학회 주제도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분쟁과 문제'로 잡았다"며 "의외로 호응이 좋아 만족할만한 학술대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학회에서는 임상이나 연구에 대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1부에서는 소아청소년 진료에 관한 법률 문제를 주제로 잡았고 2부는 아동 학대의 문제점과 소청과 의사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이사장은 "임상현장에서는 늘 분쟁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라며 "의사들도 이제는 법을 알아야 소모적인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날이 갈수록 폭력 등 아동 학대가 늘어가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사회복지단체 등에 이를 맡겨 왔다"며 "의료인 중에서 아동 학대를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이 소청과 의사인 만큼 조기발견과 치료, 예방에 이르는 과정을 이제는 소아과학회가 이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학술대회 전날 이뤄진 전공의 연수강좌에서는 고 장기려 박사의 생애와 업적을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임상 술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강연이다.
이준성 이사장은 "의사들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다보니 마음도 각박해지는 것 같다"며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 만큼 무엇보다 품성과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훌륭한 의사로 살다 간 장기려 박사를 돌아보며 후배들이 좋은 의사의 길을 고민해보기를 바랬다"며 "이제는 의사도 진료실에서 나와 사람들과 호흡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