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조차 주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영업 활동을 위해 사회적 통념 수준의 리베이트는 인정해야 한다."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조사, 약가인하 등 정부의 무차별 압박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제약업계는 이러다가 자국 산업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 곳곳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한 국내제약사 임원은 2일 "정당한 경쟁을 위해 사회적 통념상 인정되는 수준의 리베이트는 인정돼야 한다"며 "정부는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게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그 전에 살리고 싶은 회사가 먼저 다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과거 일본과 함께 제약업이 발달했던 필리핀은 현재 한국과 같은 정책을 펼치다 자국산업이 붕괴됐다. 그 결과, 지금은 300원 가량하던 항생제를 1800원 주고도 사먹지 못하는 곤경에 빠졌다. 리베이트 근절은 동감하지만 말살 정책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무차별한 리베이트 조사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영업사원이라는 신분을 속이기 위해 평상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대체 말이 되냐. 그만큼 제약산업이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특히 실적을 내기 위한 무분별한 수사는 자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특허만료 신약이나 복제약의 약가 인하설도 신중한 검토를 거듭 당부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특정 의약품의 가격이 10% 인하되면, 기업은 이를 판매관리비(R&D투자비, 인건비, 광고비 등)에서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R&D투자 위축과 인력 구조조정을 불러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제네릭 가격이 더 낮아질 경우, 복제약 생산 기업은 생산·판매의 한계비용 선에 이르게 돼 마케팅 여력을 상실하고 제네릭 등재 품목수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마케팅 여력 상실로 제네릭 대체기능이 사라지면 특허만료 의약품의 시장독점 현상이 지속되거나, 단독 등재 오리지널 시장의 매출이 증가해 보험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도 건보 재정을 메우기 위한 약가 인하는 신약 등 연구개발을 위한 기업의 의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