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여원 환수처분을 받고부터 언제 병원 문을 닫을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
아토피박사로 잘 알려진 노건웅(서울의원 알레르기클리닉·소아과 전문의) 원장은 8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건웅 원장은 지난 2년간 심평원을 상대로 '인터맥스 감마' 급여인정기준을 제정한 근거자료를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행정소송으로 비화된 이 싸움에서 노건웅 원장은 일단 승리를 거뒀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심평원이 2006년 3월 인터맥스 감마에 대한 급여인정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피부과분과위원회를 개최할 당시의 관련 회의 자료와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인터맥스 감마는 허가사항을 초과하더라도 표준요법에 반응이 없는 중증의 아토피성 피부염에 사용할 경우 급여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피부과분과위원회는 2006년 3월 국소 스테로이드, 국소 calcineurin 억제제, 전신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 항생제 등의 표준요법을 '12개월간' 시도해도 호전을 보이지 않는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 대해서는 인터맥스 감마를 투여할 수 있다는 급여인정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 원장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인터맥스 감마를 사용하면 쉽게 호전될 수 있는데, 부작용으로 인해 투약을 꺼리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제와 같은 약제를 12개월씩 우선 사용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급여인정기준 제정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노건웅 원장은 심평원과의 싸움에서 이겼지만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인터맥스 감마를 처방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의사도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복지부는 2005년 노 원장이 ▲아토피 치료제로 고시되지 않은 주사제 사용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범위를 초과한 검사 ▲급여에서 정하지 않은 치료재료 사용 등을 하면서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했다며 업무정지 1년, 9억여원 환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노 원장은 행정소송에 들어가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지만 9억여원 환수액 중 7억 4천여만원에 대해서는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노 원장은 "9억여원 환수처분 이후 환자를 진료하면 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의 70%를 환수액과 상계처리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은행 거래가 중단돼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는 게 힘이 들지만 많은 아토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걸을 것"이라면서 "학술적으로 이 약 밖에 쓸 게 없고, 특히 음식 알러지에는 더욱 그렇다"고 못 박았다.
사실 그의 치료법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만 SCI 학술지에 8편의 관련 논문을 게재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수차례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다.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양학자인 빅터 R 프리디(킹스칼리지) 교수가 주저자로 참여해 음식, 영양, 아토피와 음식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Handbook of Diet, Nutrition and the Skin' 중 아토피 분야의 집필을 맡고 있다. 이 책은 오는 9월 출판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독일 소아과 전문의와 함께 알러지 전문서적도 집필중이다.
노 원장은 "내가 세계 처음으로 시도한 아토피 치료법은 국제적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부는 내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에서는 남들보다 앞선 선진의학을 하면 다 불법이다. 이게 내가 싸우는 핵심 이유"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하루 하루 힘들게 살고 있지만 이렇게 소신치료를 계속하고, 논문을 쓸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정부가 탄압한다고 해도 환자들을 위해 의사로서 할 일은 해야하지 않겠느냐"면서 "이제 국내 학계에서도 인터맥스 감마 치료법을 정식으로 평가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의학을 선도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