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복 입기 등 쌍벌제 이후 생겨난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신분 감추기'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의사와 영업사원 만남 자체를 리베이트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탓에 생겨난 고육지책이 이제는 하나의 일반적 현상으로 자리잡는 형국이다.
D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은 9일 "국내사처럼 평상복 차림까지 해가며 영업을 하지 않지만 병원에 방문할 때는 가방을 들지 않거나 노타이 차림으로 간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외자사도 이런 방식으로 교수를 만나거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영업사원들이 회사 지침을 받거나 개인적 판단에 따라 평상복을 입고 의사들을 만나고, 정장 차림을 하더라도 가방을 들지 않거나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있다.
실제 국내 C사는 영업사원의 복장을 세미정장으로 통일하라는 공식 지침을 내렸고, D사는 지점장이나 팀장 선에서 평상복 지시를 가능하게 했다.
또 다른 D사는 노타이 차림을 권장했고, K사는 지난주부터 사복을 입으라고 지시했다.
K사 영업사원은 "지난주부터 평상복 차림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공식 지침이 내려왔다. 거래처 원장들도 이런 차림으로 방문해야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어쩌다 영업사원이 신분을 감추면서까지 일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마치 무장공비같다"고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