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을 위반한 지 1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의사 면허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13일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A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의사 면허정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A원장은 1996년 7월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다가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복지부는 선고유예 판결일로부터 11년이 경과한 2007년 4월경 A원장에게 의사 면허정지 6개월 처분을 하겠다고 사전 통지했다.
A원장은 사전 통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복지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처분이 철회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A원장은 또다시 3년이 경과한 지난해 2월 의사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이 내려지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의 대리인인 정선우(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행해진 시점으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뒤 면허정지 처분을 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현 의료법 상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정지 처분은 아무런 징계시효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 변호사법 등에서는 징계처분 시효가 2년 내지 3년으로 제한하고 있고, 형사상 공소시효 역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 25년인 점을 고려하면 15년 동안 원고를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변론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은 징계권 실효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는 징계 시효 소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달 또다른 정형외과 B원장이 청구한 의사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B원장은 2002년 7월 환자 5명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보험사로부터 200여만원 상당을 편취하다 적발돼 2006년 5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700만원 형을 선고 받았다.
복지부는 벌금 선고일로부터 4년여가 경과한 2010년 10월 의료법상 의료인의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며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B원장 역시 "원고가 벌금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4년, 범죄행위를 한 날로부터 무려 8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행정처분을 내려 징계권이 이미 실효했고, 의료법에 징계처분 시한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그러자 재판부는 "의료법령에 면허 취소 또는 정지 처분에 아무런 징계시효 등을 규정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원고가 병원 운영상의 이유로 선처를 구하는 의견서를 내자 행정처분을 유예해 오다가 최종 처분을 한 것"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복지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에 대한 징계권 행사를 장기간 해태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의료법령에서 징계권 행사의 시한을 규정하지 않은 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