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염 전문가들이 올바른 항생제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는 20일 공동 춘계학술대회에서 항생제 캠페인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이날 한림의대 우홍정 교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항생제 캠페인 사례를 소개했다.
우 교수는 "유럽연합은 2008년부터 항생제 내성을 줄이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 캠페인 교육 자료와 방안을 제시하고, 회원국들은 이를 참고해 자국에 맞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항생제 캠페인은 일반인과 1차 진료의사, 병원을 대상으로 하며, 매년 중점 실행 목표를 설정해 이행하고 있다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일례로 유럽연합은 1차 진료의사들에게 항생제 내성 관련 자료, 환자들과 대화하는 방법 등을 담은 자료를 제공하며, 이와 별도로 환자들을 위한 올바른 항생제 사용 홍보 자료를 의료기관에 비치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홍보 자료에는 감기와 인플루엔자에는 항생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미국은 1995년부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항생제 캠페인을 펴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는 '항생제 주간'을 정해 집중적인 교육과 홍보 등에 나서고 있다.
우 교수는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주관으로 일반 국민과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항생제 캠페인을 하고 있다"면서 "지방정부도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고, 의대 교육과정에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환자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항생제 올바르게 사용하기 'GET SMART' 캠페인을 벌이고, 항생제 적정 사용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면서 "이 캠페인 재원은 지방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의료 질 평가를 할 때 적절한 항생제 사용과 관련한 항목을 포함시킬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가 점차 심각해짐에 따라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캠페인도 본격화된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는 올해 1월 항생제 캠페인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운영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성균관의대 정두련 교수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전세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민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향후 2년간 캠페인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생제 처방률은 심평원이 2010년 상반기부터 약제급여적정성평가를 시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보면 의원의 경우 2002년 2분기 74.1%에서 2010년 2분기 54.4%로 크게 낮아졌고, 같은 기간 병원이 63.5%에서 48.2%로, 종합병원이 59.2%에서 47.5%로, 상급종합병원이 51.2%에서 32.9%로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항생제 처방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학회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일반인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와 올바른 항생제 사용 교육과 홍보를 병행하고, 항생제 임상진료지침도 제정할 방침이다.
항생제 캠페인 운영위원장인 송재훈(성균관의대) 교수는 "항생제 캠페인은 아시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아마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송 교수는 "여러 학회와 관련 단체들이 이 캠페인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감염 전문가들이 주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