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실적이 부진하면 해고 압박이 온다. 이러다가 자칫 리베이트에 손댈까 걱정이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초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심지어 영업사원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일부 제약사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실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무조건 실적을 올리라는 식이 대부분이다. 영업사원들이 리베이트에 손 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윗선의 영업 마인드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실 모르고 실적 압박만 주구장창"
국내 A제약사 영업사원은 최근 퇴사를 고민 중이다.
쌍벌제 이후 제약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의 영업 방식은 무용지물이 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회사는 노골적으로 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리베이트 단속 이후 아침에 출근해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간혹 병의원에 가도 문전박대 안 당하면 다행일 정도다. 하지만 회사는 무조건 실적을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약 처방을 늘리려면 리베이트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B사 영업사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는 "쌍벌제 이후 실적이 안 좋으니 해고 압박이 심하다. 몇몇은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 분위기가 살벌하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영업사원들이 주위에 많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아직도 리베이트 영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제약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남들보다 더 기발한 영업 방식, 묻지마 실적 올리기 등이 인정받는 풍토가 만들어낸 비극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국내 C제약사 영업사원은 "지금도 회사는 기존 영업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떤 기발한 방식으로 영업을 할까 궁리만 하고 있다. 청바지 영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회사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영업사원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도 이 같은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상위 국내 제약사 영업본부장은 "솔직히 영업사원은 회사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위에서 실적 압박을 하면 무리수(리베이트)를 둘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실적이 안나더라도 윗선에서 올바른 영업 지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모 제약사 사장도 "과거에 리베이트가 어느정도 용납됐다면,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잘못했다가는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 영업사원에게도 무리한 실적 압박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