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인 다국적제약사들의 채용 공고가 잇따르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 회사 핵심 인력인 경력 직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이직을 하면서 빈자리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국내사 영업사원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는데, 이들의 이직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거래처(병·의원)까지 딸려간다는 점에서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 채용을 진행한 다국적 제약사는 3~4곳. 모두 한국 법인 외자 기업으로는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각 사별로 공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입사 지원율은 낮게는 수십대 1에서 높게는 수백대 1에 달했다. 최근 국내사 공개 채용에서 예년보다 지원자가 줄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국적 A사 인사팀 모 상무는 "50여 명을 뽑는 상반기 공채에서 200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경력사원을 뽑았는데 이 정도면 이 업계에서는 유례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사들은 다국적사의 채용 공고에 신경이 곤두 서있다.
물론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공들여놓은 경력 사원을 도둑맞은 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B사 인사팀 임원은 "최근 다국적 C사 공채에 경력사원 5명이 대거 옮겨갔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영업사원들은 외자사로의 이직을 마치 신분 상승의 기회를 여기는 듯하다. 쌍벌제 이후 업계 환경이 힘들어지자 이같은 현상은 유행을 타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국내 D사 관계자도 "외자사들의 채용이 활발해지면서 직원 이탈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영업사원의 이직은 거래처(병·의원)까지 함께 가져간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