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첫 회의에서 논의한 44개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과 관련해 개원의들은 전문의약품까지 확대될 지의 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 편의성을 고려하는 것은 좋지만 전문의약품은 잘못 허용했다간 국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개원의들의 우려다.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일반약 슈퍼판매 시행이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내과 김모 원장은 "국민 편의성 증진을 위해 일반약 슈퍼판매를 추진할 수 있지만, 의약품 재분류 과정에서 괜히 전문의약품까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산부인과의사회는 15일,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고 우려를 드러냈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환경에선 응급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이어야 한다"면서 "이를 약국외 품목으로 전환한다면 편리성을 내세운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어 응급사후피임약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선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피임약은 처방전을 통해서만 구입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용률이 5.6%에 달한다.
이는 먹는 피임약의 복용률 2.8%보다 약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이런 상태에서 약국외 품목이 되면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선 이번 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비인후과 박모 원장은 "오늘 복지부가 발표한 의약외품 품목을 살펴보면 자양강장제, 파스, 연고 등 기존에도 약이라고 하기 모호한 것 아니냐"면서 "결국 여론 무마용에 불과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앞서 논의된 것은 지사제, 해열제, 진통제 등 가정상비약을 위급한 상황에 슈퍼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국민 편의성을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이날 결과를 보면 이런 취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모 개원의협의회 관계자 또한 "사실 취지를 살리려면 가정상비약부터 의약외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급하게 의약품 재분류를 꺼내들고 나온 것도 결국 물타기 전략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이제 의약품 재분류가 시작된 것에 불과한 상태로, 초점은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에 있다"면서 "전문약의 의약외품 전환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