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제2차 회의를 앞두고 대한약사회가 응급피임약 등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촉구하자, 이와 반대로 일반의약품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주장하는 개원의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의사협회는 의약품 재분류의 초점을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에 맞추고 있지만, 약사회가 거듭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거론하자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약사회가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주장에 대해 산부인과는 "일반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부회장은 "일반 피임약의 부작용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밖에도 '질정(질 안에 삽입하는 정제)'이 일반약으로 풀리면서 환자들의 오남용이 질병 치료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에서는 유방암 발생 부작용으로 전문의약품 취급을 하고 있는 폐경약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폐경약은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일반의약품으로 풀어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전문의약품 전환 필요성을 주문하고 나섰다.
바이러스에 처방하는 '아시클로버' 연고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반의약품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항바이러스 연고로, 질에 사용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과 개원의들은 현재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안 질환약이 오남용하면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약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은 코막힘 완화제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오트리빈'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비인후과 김모 개원의는 "약사들은 비점막 수축제인 오트리빈을 마구잡이로 주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오트리빈 오남용으로 약물성 비염이 진행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다른 개원의는 페닐에프린, 슈드에페드린 성분의 콧물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와 관련된 논의조차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과의사회 박우형 회장은 "약사회가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대응하거나 이에 대해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원표 개원내과의사회장 또한 이번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 논의 자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단지 일반의약품 중 일부가 일반외품으로 전환됐다고 해서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느냐"면서 "약사를 위한 정부, 약사를 위한 정책이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