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약사) 싸움에 새우등(제약사) 터지는 꼴이다."
제약업계의 한숨이 깊다. 전문약 일반약 전환 등 의약품 재분류 카드를 놓고 벌이는 의·약사 간의 파워 싸움에 자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특히 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당초 의도와는 달리 의·약사 간의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는 그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의사협회는 일반약의 전문약 전환을, 약사회는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 재분류를 놓고 의사와 약사 단체가 동상이몽에 빠진 것이다.
특히 약사회의 태도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미 박카스 등 일반약 44품목이 약국외로 나가 손실분이 생긴 만큼 이를 전문약 일반약 전환으로 벌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약사회는 앞으로 비만약, 응급피임약, 천식흡입제 등 수십개 품목의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의사협회는 이런 약사회의 주장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오히려 일반약 일부를 전문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제약업계는 난감한 분위기다. 어이없다는 반응도 많다.
A제약사 임원은 "의약품 재분류는 결코 의·약사 간의 파워 싸움이 아니다. 갈수록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약품 재분류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큰 문제다. 특히 매출이 큰 전문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기업에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매출 감소는 물론이며, 마케팅 방식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밥그릇 싸움은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B제약사 사장도 답답함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의약품 재분류가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를 의·약사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일반약이 수퍼로 나갔으니, 전문약 내놓으라는 식의 논리는 옳지 않다. 중간에 낀 제약사 입장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제약사 관계자도 "3년 전 은행잎 제제의 일반약 전환으로 해당 품목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 해당 제약사는 지금도 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의약품 재분류는 신중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을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