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의협에 선전포고한 약사회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을 계기로 대한약사회(회장 김구)가 큰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던 모습을 버리고 의료계를 '투쟁의 대상'으로 지목, 전면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약사회는 조제료 삭감과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을 의협이 추진한 것으로 보고 성분명 처방, 선택의원제 요구 등으로 대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궁지몰린 약사회 "의료수가 깎아라"
일반약 슈퍼 판매가 기정 사실화 되면서 약사회가 최대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약사회는 18일 약사회 회관에서 전국 임원과 분회장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갖고 의료계에 포문을 열었다.
이날 김구 회장은 "투쟁 대상을 의사협회로 좁히겠다"면서 "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만성질환의 처방전 리필제 시행과 성분명 처방도 조속히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궐기대회에서 나온 주장들을 살펴보면 ▲처방전 리필제 ▲성분명 처방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의사수가 삭감 ▲선택의원제 도입 등으로 흡사 의협을 성토하는 장을 방불케 한다.
최근 1000억원에 달하는 조제수가 삭감 폭탄을 맞은 약사회로서는 더 이상 건보재정 문제를 방관할 수 없는 상황. 약사회는 조제료 삭감과 일반약 슈퍼 판매 주장이 의협에서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의료계를 공격할 명분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과 처방전 리필제, 선택의원제가 고혈압 당뇨환자 등 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편의성을 도모하고 의료비를 절감시켜준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일반약 슈퍼 판매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기정 사실화 됐듯이 국민의 편의성과 건보재정 절감을 근거로 처방전 리필제와 성분명 처방를 주장하면 여론의 흐름이 유리하게 바뀔 것이라는 게 약사회의 판단이다.
의-약사 직역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으면서 여론만 등에 업으면 결코 '밑질 것 없는 장사'라는 계산인 셈이다.
약사회 "여론 향방, 의료계에 불리할 것"
약사회는 2차 중앙약심 회의에서 라니티딘, 사후피임약, 비만치료제 등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시키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1200여개 품목의 의약품도 전환하라고 주장할 예정이다.
약사회 고위 관계자는 "이들은 안전성이 확보됐지만 그간 처방전이 필요했다"면서 "중앙약심에서 국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고 전했다.
의료계가 국민의 편의성과 약 안전성, 접근성을 들어 일반약의 의약외품을 주장한 것처럼 이들 전문약도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만큼 일반약 전환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사후피임약 노레보 구입의 경우 진찰료와 조제료를 포함해 3만 5천원이 소요되지만 일반약 전환시 1만 2천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어 재정절감과 국민 불편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약사회 고위 관계자는 "향후 언론과 여론이 의료계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면서 "의협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겠다"고 경고했다.
전문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종합편성 사업자들의 광고 수주 범위가 커지는 만큼 주요 종편 방송사들은 일반약 전환의 당위성을 줄기차게 주장할 것이라는 소리다.
또 사후피임약, 비만치료제 등을 값싸게 구입하길 원하는 국민들의 여론 역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협이 국민 편의성을 들어 일반약 슈퍼 판매 주장을 한 것은 자충수였다"면서 "현재 약사회는 코피가 나고 있지만 재분류가 시작되면 의협은 코뼈가 부러지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