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병원은 입원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퇴원을 거부하는 환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환자는 나이트클럽에서 싸움을 하다가 뇌 손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상처 드레싱 이외에 더 이상 치료할 게 없지만 환자는 퇴원을 거부하고 있다.
A대학병원 교수는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드레싱 밖에 없는데 환자는 계속 버티고 있어 골치"라고 토로했다.
버티는 방법도 고단수다.
그는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다보면 마치 교도소처럼 학습효과라는 게 있다"면서 "환자가 의료법에 통달하다 보니 퇴원하라고 하면 진료를 거부하는 거냐고 따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주치의도 퇴원을 요구했다가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기 일쑤"라면서 "그러다보니 아예 체념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이 퇴원을 거부하는 이유로 세가지를 꼽았다.
우선 대부분의 환자들이 건강보험 혜택과 함께 민간보험에 가입해 있다보니 진료비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진료비 부담이 없다보니 요양병원에 갈 바에는 의료진과 시설이 우수한 대학병원에서 장기입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으면 동료 환자들의 사례를 많이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학습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A대학병원의 경우 4주 이상 장기입원 중인 환자가 220여명에 달한다. 병원은 이 중 상당수를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단과 심평원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의료법상 환자 급여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공단에 입원 지속 여부를 의뢰하면 급여를 계속 하라고 한다"면서 "반면 심평원은 이런 환자가 있으면 입원료를 삭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급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는데 칼날이 없는 것"이라면서 "오죽 답답하면 행정심판을 청구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병원협회는 최근 대학병원 장기입원환자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