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분만에 대한 무과실 국가보상제 도입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산부인과가 최근 정부의 무과실 보상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주목된다.
20일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열린 산부인과의사회 시도지회장 회의에서 '의료분쟁조정법 향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논의한 결과, 현재 정부가 구상 중인 보상제도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무과실 보상제도의 재원 마련.
산부인과의사회는 무과실 보상제도 재원을 산부인과 의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복지부가 분만을 하는 의료기관이 재원을 분담하는 방안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달 초 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분쟁조정법 관련 조찬간담회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즉,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는 일본의 무과실 보상제를 예로 들며 의료기관이 아닌 정부 재원에 의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무과실 보상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전액 국가에서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
일본의 예를 살펴보면 산모가 출산할 때 3만엔(약 39만원)의 보험가입비용을 의료기관에 지불하면, 의료기관은 이를 민간보험회사 보험금으로 낸다.
그리고 산모가 정상 분만을 하면, 정부는 출산보조금 35만엔과 앞서 보험비로 지불했던 3만엔을 합해 총 38만엔을 산모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험금을 지불했던 산모가 뇌성마비 아기를 출산한 경우 보상금액으로 3천만엔을 돌려받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기관의 갈등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열악한 분만 수가로 희생해온 산부인과 의사에게 무과실 보상비용을 보전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면서 “분만 수가에 무과실 배상에 대한 재원을 반영한 수가 산정 없이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정부의 무과실 보상제도를 도입하려면 분만 수가에 의료사고에 대한 상대가치 위험도를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김 법제이사는 "제도 시행 전에 의료사고에 대한 상대가치 위험도를 반영한 분만수가를 발표해야 한다"면서 "수가에 대한 반영 없이는 어떠한 의사배상공제제도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