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미국의 레지던트 1년차는 16시간 이상 근무 하면 5시간은 반드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이는 미국 '의사교육신임평가위원회(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가 의료과실을 예방하고, 환자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했다.
그러나 건강의료 전문가들은 최근 ACGME의 방안이 너무 편협하다며 의사의 피로로 인한 의료 사고를 줄이기 위해 병원 교대 근무 관련 권고를 담은 백서를 'Nature&Science of Sleep'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작년 여름 미국 하버드대에서 건강 의료 전문가 26명이 모여 토의한 결과다. 이들은 2008년 미국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IOM)의 구체적인 실행안을 놓고 회의를 열었다.
당시 IOM 권고안은 의사들의 피로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여겨졌다.
이 권고안에는 ▲레지던트의 근무외 시간 동안 야간근무 제한 ▲장시간 근무 후 귀가 시, 너무 피곤해 운전을 할 수 없으면 교통수단 제공 ▲레지던트의 과도한 업무 줄이기 등의 방안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ACGME는 IOM 권고안 대부분을 채택하지 않았고, 레지던트 1년차에 한해서만 16시간 근무할 때마다 5시간은 방해받지 않고 잘 수 있도록 결정했다.
IOM은 연차에 상관없이 모든 레지던트가 16시간 이상 근무를 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CGME는 연차가 쌓여 경험이 많을수록 장시간 근무를 더 효과적으로 알아서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백서에 따르면 경험이 수면 부족을 대리할 수 없으며 피로와 관련된 의료실수는 연차와 상관없이 시니어 레지던트 등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또 백서는 "인간이 그나마 정신이 뚜렷하게 연속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가 16시간"이라며 "레지던트 근무시간을 12~16시간으로 줄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고 밝혔다.
레지던트 교대 근무 시간을 12~16시간으로 제한하는 것 외에도 백서는 레지던트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레지던트 업무가 과중한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국가 환자안전 목표 기준에 준하는 의료진을 위한 종합적 피로관리 지침 만들기 ▲야간근무에 대한 병원정책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레지던트의 야간근무 여부 모니터링 하기 ▲레지던트의 업무를 가볍게 하기 위해 채혈, 서류작업 등의 일은 병원의 다른 직원에게 맡기기 등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백서는 "레지던트 근무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은 그들을 가르치는 전문의 또는 병원 스태프의 추가근무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병원 입장에서도 더 경제적"이라고 환기시켰다.
백서의 책임 저자는 미국 마운트싸이나이 의대 알렉산더 블럼 교수와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루시안 리페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의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만약 환자가 의사의 수면 부족 상태를 안다면 다른 의사를 찾거나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책 입안자, 병원 경영자, 수련의 프로그램 입안자들은 헬스케어 시스템이 안전하게 실행되길 바란다면 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우리나라 레지던트 근무 시간은 미국보다 훨씬 열악하다. 전공의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공의 10명 중 4명은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의학회는 지난해 전공의 최대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무시간 상한제 등이 담긴 '전문의 제도 개선 방안 최종보고서'를 마련한 바 있다.
당직도 최소 2일 간격으로 이뤄져야 하고 연속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원내 야간당직도 80시간 근무 제한 시간에 포함하도록 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는 현재 논의 단계에 있지만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