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전공의 1년차 D씨는 하루 일과 및 당직 때문에 이틀 동안 3~4시간 밖에 못잤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생명이 위태해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갔다. D씨는 응급 콜을 받고 환자 호흡을 보조하는 기구인 앰부(ambu)를 짜는 일을 했다. 앰부를 짤 때는 산소포화도 등을 체크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펴야 하는데 D씨는 너무 졸려 비몽사몽으로 짜다가 손힘이 약해지거나 순간 졸거나 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환자의 호흡이 규칙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다른 사람과 교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달 1일부터 미국의 레지던트 1년차는 16시간을 연속근무하면 5시간을 자야한다. 그러나 한국의 전공의가 놓여있는 현실은 아직까지도 열악하기만 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안상준 회장은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이나 두번 쉬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근무 조건은 각과마다 다른데 이를 총괄하는 병원 교육수련부 조차도 각 과를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근무 조건에 대해 규정한 것은 2년전 대한병원협회 병원신임평가위원회에서 내놓은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안)’ 밖에 없다. 하지만 이도 권고안 형태이며 강제력이 없다.
전공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이다. 강제력 없는 권고안만 있으며 강제할 수 있는 법령이나 규정은 없다.
대한병원협회 병원신임평가위원회 박혜경 부장은 “수련 규칙 권고안이 나간지 2년이 됐고 그동안 전공의 근무 현황도 조사하고 있었다”며 “전공의 근무 환경이 병원 전체시스템에 문제를 준다는 인식은 모두 같기 때문에 자료가 수집되면 현실을 파악해 규정화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근무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턴 및 레지던트 1, 2년차에게만 집중되는 당직을 나누려는 기존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훈 학술이사는 “흉부외과는 전공의가 부족해 전문의가 당직을 서는 병원이 많다”며 “전문의가 자의든 타의든 당직을 서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에서는 레지던트 연차별 업무조정 등을 통해 전공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정부는 인건비 등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며, 병원평가에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과 대한의학회에서는 ‘레지던트 업무 재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 연속 당직을 못하게 하는 당직시간상한제 외에도 레지던트 1, 2년차에게 당직을 몰아주기 보다는 3, 4년차도 그 부담을 지게 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안상준 회장은 “레지던트 당직시간 분산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생각을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현재 회원들의 의견을 수집중에 있다”며 “현실은 어떠한 법칙이 정해져도 강제되지 않는 한 안될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