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소아가 희생돼야 이들을 위한 약을 만들 것인가?"
연세의대 임상약리학과 박민수 교수가 소아용 의약품 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얼마 전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소아에게 오프라벨(허가범위 초과사용) 의약품을 쓸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29일 한국제약협회에서 열린 '데일리팜 8차 제약산업 미래포럼'에서 '소아임상은 왜 필요한가'의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먼저 국내 소아용 의약품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치료제만 놓고보면 소아는 고아나 다름없다. 아파도 쓸 약이 없다. 폐질환 소아를 위해 비아그라를 쪼개서 써보는 등 희박한 희망을 갖고 이것저것 써봤다. 다 오프라벨이다. 의사로서는 굉장히 답답한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애들이 아픈데 치료를 못하면 어른이 못된다. 겨우 살려놓은 아이도 그 순간 뿐이다. 또 약이 없어 한계가 온다. 이런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애들이 많다. 얼마나 많은 소아가 희생돼야 약 개발을 할 것인가"라며 답답해 했다.
물론 박 교수는 소아용 의약품 개발이 왜 어려운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면 지금이 그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솔직히 소아용 약을 개발하면 돈이 된다고 말은 못하겠다. 제약사가 뛰어들기 힘든 이유다. 그렇다고 제약사 탓만을 할 수는 없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아용 의약품 개발과 관련된 법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소아용 약 개발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다. 미국과 EU는 이미 관련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도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을 만날 각오도 돼 있다.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장은 "소아 임상시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하겠다. 또 소아 임상의 인프라 구축과 약가와 관련해 제약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정책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우리나라 제약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숙명여대 약대 이의경 교수는 “의약분업이후 건강보험재정에서 약제비가 13~15% 정도 늘어난 것을 보면 시장이 많이 커진 것”이라며 “ 2000년대 들어 시장이 커진만큼 신약개발도 활성화 됐음 좋겠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R&D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에 비해서 떨어지는데 이 시기에 R&D에도 매진했으면 조금 더 나은 상황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동시에 제약사의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했다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반면 제약협회 공정약가정책팀 장우순 팀장은 현재 제약사의 부정적 이미지는 정부 제도에 의해서 부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팀장은 “제약기업 이미지는 의약분업 당시 정부가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약물 오남용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좋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리베이트도 원인제공자가 제약기업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정부 약가인하 정책이 있다”며 “정부정책과 기업 이미지와 맞물려 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약품정책연구소 한오석 소장은 “제약산업이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환골탈태 하려면 기본적으로 제약산업 이미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