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의약육성법안 국회 통과 후폭풍
한의약육성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간 공방전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현재 양 단체간 입장차가 엇갈리는 부분은 개정안에 포함된 '과학적으로'라는 문구의 해석 범위다.
개정안에 포함된 '과학적으로'라는 규정이 오히려 논란만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의약 정의 확대, 논란은 현재 진행형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한의약의 정의를 '한의약이라 함은 한의학을 기초로 하거나 이를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한방의료행위를 말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의협은 "한의사들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것임을 주장하려면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검증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면서 '과학적'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이용을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한의약의 정의가 당초 '시대에 맞게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에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 대체됐다는 점은 의료계가 어느 정도 선방한 셈이라는 설명이다.
의협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일특위)는 여전히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특위 유용상 위원장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점은 이번 개정안으로 한의사들이 근거없는 엉터리를 과학으로 포장할 위험성이 커졌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맥진기, 사상체질진단기, 음양균형장치 등의 기기들은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이미 상용화된 상태지만 그 근거가 되는 한의학 원리들은 과학적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락을 측정하는 양도락기 같은 경우, 피부의 전기 저항을 측정하는 기계의 작동 원리는 과학에 부합하지만 전기 저항이 곧 경락과 일치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유 위원장은 "결국 과학이라는 애매한 규정이 논란을 더 부추긴 셈이 됐다"면서 "이로 인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과 개발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싸움은 이제부터" 공방전 제2라운드
한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지만 현대 의료기기에 대한 접근은 보다 용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진단기기를 개발할 때 매번 유권해석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한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만 입증하면 진단기기와 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한의계가 청진기, 체온계, 혈압계와 같은 장비는 현대의학에 근거한 장비가 아니므로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의협은 ▲한의약육성법 재개정안 발의 ▲대정부 투쟁 ▲한의약연구원 감사 청구 등으로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 나현 부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하위법령에 명확안 근거규정을 두도록 재개정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내일(30일) 한의약연구원을 감사원에 감사 청구하겠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막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의협 경만호 회장 역시 "정부의 한의약육성 발전계획과 정책방향에 대해 강력히 시정을 요구할 것이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대정부 투쟁에 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의약육성법을 둘러싼 의-한의협 간의 공방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