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고 의료진을 뿌리쳐 제대로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면 의사에게 그 결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활력징후를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면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최근 급성 심장마비로 내원한 환자에게 혈압, 맥박수 등을 측정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8일 판결문에 따르면 현역 군인이었던 환자 A씨는 지난 2008년 속이 아프고 명치 부위가 쑤신다며 B지방의료원 야간 진료실에 내원했다.
그러자 공중보건의사인 C씨는 수차례 A씨의 활력징후를 측정하고자 했으나 A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몸을 뒤척이고 C씨를 계속해서 손으로 밀쳐내 결국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보의 C씨는 환자와 보호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환자의 증상을 소화불량으로 진단했고, 부스코판과 맥페란을 주사한 뒤 몇 분이 지난 후 잔탁을 추가로 처방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자 환자의 코 주위에 청색증이 나타나며 혈악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에 공보의 C씨는 구강흡인을 시행한 뒤 심장마사지를 시작했다.
이후 10분경이 지나도 산소포화도가 83~85%로 유지되자 C씨는 내과의사 D씨를 호출했고, 기관내 삽관을 시행한 뒤 아트로핀, 도파민 등 심페소생 약물을 투여했지만 결국 환자는 급성심장사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환자가 복통으로 내원했을 경우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당시 환자가 계속 몸을 뒤척이고 손으로 의료진을 밀쳐내 활력징후를 측정할 수 없었던 상황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환자가 신체 건강한 군인이었고 저녁식사를 한 뒤 복통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으로 배를 눌러 촉진을 한 뒤 소화불량에 의한 복통으로 진단한 것은 타당하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재판부는 "의사는 당시 상황과 의료수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는 만큼 결과만 가지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내원한 지 30분 만에 심폐정지에 이르렀고, 사전에 활력징후를 검사했다 해도 환자가 젊은 군인이라는 점에서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의사의 잘못으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그 어떤 인과관계도 찾을 수 없는 만큼 무죄를 선고한다"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