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보고 질환 범위를 놓고 정부와 학회간 갈등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12일 응급의학회(이사장 서길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중증응급질환 발생시 진료가능 병원을 실시간으로 1339(의료정보센터)에 보도하도록 하자 응급의료기관의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기관이 보고해야 하는 중증응급질환은 ▲뇌출혈 수술 ▲뇌경색 재 관류 ▲심근경색 재 관류 ▲복부손상 수술 ▲사지접합 수술 ▲응급내시경 ▲응급투석 ▲조산 산모 ▲신생아 ▲중증화상 ▲정신질환자 등 11종이다.
이들 질환 진료과 당직의는 1339 시스템에 개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 하며, 환자 발생시 수술 및 처지 가능 여부를 묻은 전화에 언제든 답해야 한다는 면에서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사지접합 수술 및 중증화상 등 일부 질환은 대도시 응급의료기관에서도 감당하기 벅찬 시술이라는 점이다.
학회는 최근 복지부와 간담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중증응급질환을 현실적으로 축소할 것을 건의했다.
서길준 이사장(서울의대)은 "실시간 보고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형병원 기준에 맞춘 질환을 모든 병원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치료가 힘든 질환까지 의무적으로 매시간 보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서 이사장은 이어 "이번 시스템은 학회와 사전협의 없이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제도"라며 "경북대병원의 환아 사망 이후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관련 학회에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지방 수지접합 종합병원에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보고시스템을 완벽하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응급의료기관과 당직의사들의 부담이 큰 것은 알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환자 중심의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