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레지던트) 과목별 인기-기피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3일 내년도 레지던트 선발을 위한 공동 설명회를 가졌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장 분위기를 스케치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내과 설명회. 예상대로 강의실에는 인턴들로 가득찼다. 작년 32명 모집에 60명이 지원한 인기과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는 듯 했다.
설명회 분위기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내과 설명회에 참석한 모 교수는 "우리과에 들어오면 진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주임교수가 트레이닝을 중시하기 때문에 들어오기만 하면 열심히 도와주겠다"며 인턴들의 진로 선택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설명회 발표자도 "의국 분위기가 자유롭고, 잠도 4시간 이상 잘 수 있다. 여자들은 화장도 할 수 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아쉽게 설명회를 듣지 못한 세브란스병원 모 인턴은 "(산부인과 설명회와) 시간이 겹쳐 내과 설명회를 듣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같은 시각에 열린 외과 설명회 강의실.
정원(18명)은 내과(32명), 가정의학과(25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지만, 인턴들의 관심은 적었다. 강의실 여기 저기에 빈 곳이 눈에 띄었고, 대략 7~8명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설명회는 외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뤄진 후 정해진 시간보다 5분 가량 빨리 끝났다. 별다른 질문도 없었다.
각 강의실에서 2시 30분부터 3시까지 동시에 시작된 가정의학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설명회.
한 눈에 봐도 가정의학과 강의실에는 흉부외과와 비뇨기과보다 많은 인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중 올해 전반적으로 지원율이 낮아진 비뇨기과 설명회를 들어가봤다. 8명 남짓 인턴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발표자는 초반 타 병원과의 비교를 통해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의 장점을 설명하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이 속한 비뇨기과가 기피과로 분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의사는 자신이 뭘 진정으로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에 부딪쳐 피하는 것은 젊은이 답지 않은 선택이다. 난 수술이 하고 싶어서 비뇨기과를 택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서는 비뇨기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도 갈 곳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실패한 자의 변명에 불과하다. 잘된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다. 어느 과든 본인만 열심히 하면 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3시에는 흔히 '정재영'(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불리며, 최근 뜨고 있는 영상의학과 설명회가 시작됐다.
발표자도 이런 추세를 알고 있는지 "(영상의학과가) 최근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오늘은 많은 인턴이 오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영상의학과는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리 편하지도 쉬운 곳이 아니라고 환기시켰다.
스케줄도 빡빡하고, 환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판독하기 때문에 공부할 양도 많다고 영상의학과를 설명했다.
왠지 일하기 쉽다는 편견으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는 외부 시선에 일침을 가하는 듯 했다. 물론 영상의학과 지원율 상승은 전문의 판독료 부활 등의 영향이 컸다.
갈수록 전공의 과목별 인기-기피과가 뚜렷해지는 상황 속에서 열린 국내 최고 수련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의 레지던트 모집 설명회.
한 외과 관계자가 내과 강의실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표시하는 등 인기-기피과 간에 희비가 엇갈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