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와 의학전문대학(의전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들 역시 최근 불고 있는 인기과 판도 변화에 그 흐름을 같이 했다.
앞으로 전공하고 싶어하는 과목에 이른바 '정재영'으로 불리는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희망한 수석졸업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
'정재영'은 최근 전공의 모집에서 지원율이 급증하는 인기과로 대표된다. 불과 5~6년 전에는 '피안성'이라고 불리는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가 대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내과 13명 '최다'…정신과, 영상의학과 각각 5명, 4명
메디칼타임즈는 올해 의대·의전원 수석졸업자 23명(복수응답 허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1년 후 어떤 과목을 전공하길 원하느냐의 질문에 정신과(5명)와 영상의학과(4명)에 9명이 몰렸다. 내과를 제외하면 가장 많았다.
반면 '피안성'은 피부과 3명, 성형외과와 안과는 각각 1명의 희망자가 나와 '정재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메디칼타임즈가 지난해 수석 졸업생 31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조사를 할 당시만 하더라도 8명이 안과를 희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개원가 풍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개원가는 이미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비전문의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안성'에 지원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수석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문과목은 역시 내과로, 13명이 희망하고 있었다.
이밖에 외과는 2명, 신경과와 마취과는 각각 1명이었다.
내과를 선택한 A의대 수석졸업자는 "내과는 수요가 많아 안정적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과여서 선택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수석졸업생 꿈은 역시 교수…희망연봉 1억원 이상
수석졸업생들의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예나 지금이나 의대 교수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높았다. 돈보다는 명예를 중시한다는 얘기다.
23명 중 18명(복수응답 허용)이 전공의 과정을 거쳐 의대 교수가 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개원(10명), 봉직의(7명), 제약사·연구소(1명) 순이었다.
B의대 수석졸업자는 "돈보다는 명예다.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희망 연봉은 1억원 이상이 가장 많았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응답자 23명 가운데 12명이 '1억원 이상'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7천만~1억원'은 6명으로 뒤를 이었고, 5천만~7천만원이 4명, 3천만~5천만원이 1명이었다. 7천만원 이상은 총 20명이었다.
전년도 수석졸업자 31명 중에서는 '7천만~1억원'(12명)이 가장 적당한 연봉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1억원 이상'과 '5천만~7천만원'은 각각 8명, 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불신 가득'…다수 "인턴 유지"
이들은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불신이 팽배하다'라며 아쉬워했다. 23명 중 14명의 답변이다. 신뢰받고 있다는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머지 9명은 '보통이다'라는 의견을 보냈다.
최근 수련환경 문제 등으로 불거진 인턴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23명 중 18명이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D의대 수석졸업자는 "인턴 생활을 통해 수련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며 "다만 적정 근무시간, 휴가 등의 환경 개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5명은 인턴을 폐지하고 학생인턴제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