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인간적인 의사가 되고 싶다. 기계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되지 않겠다."
올해 의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수석 졸업하는 학생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의사상을 갖고 있었다.
메디칼타임즈는 올해 2월 졸업하는 의대, 의전원 수석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전화 또는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상당수 수석졸업자들은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중앙의대 수석졸업생 김하린 씨는 "사무적이고 기계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순천향의대 이지은 씨는 "의사의 권위주의를 벗고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겠다"는 각오다.
올해 의사국시 수석과 함께 경희의대를 1등으로 졸업하는 영예를 거머쥔 오승헌 씨는 "환자와 눈높이를 맞춰 소통할 수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차의과대 강선아 씨 역시 인간적인 의사를 가슴에 그리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나를 편하게 대해준 의사를 만났는데 그때 그 따뜻한 치료에 감동을 받아 인간적인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시간에 쫓기고 바쁘다 보면 환자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지만 좀 더 관심을 보이며 아픈 곳을 물어볼 수 있는 의료인이 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제 갓 의대, 의전원을 졸업하는 새내기 의사이지만 마음가짐은 선배들 못지 않다.
"환자가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환자는 약자이기 때문에 의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존재가 필요하다. 환자가 진심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강원의대 수석 졸업생인 하승미 씨의 당찬 포부다.
또한 올해 일부 수석 졸업생들은 연구 분야에도 관심을 보였다.
울산의대를 수석 졸업하는 엄혜정 씨는 "평소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는 선배, 교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말했고, 건국대 의전원 이형우 씨는 "의전원 진학 전에 실험실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험기법과 임상을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오랫동안 그려왔던 자신의 의사상을 소개했다.
계명의대 수석졸업생 배종엽 씨는 "연구와 임상 두 분야에 모두 실력을 인정받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원광의대 박상현 씨도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졸업생도 있었다.
연세의대 방민지 씨는 "현재 의료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어차피 환자 한명 한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의대 성은정 씨는 "역사에 남을만한 논문이나 치료법을 발명하는 의사도 되고 싶지만 한편으론 시골의 동네의사로 조용하게 살고 싶은 생각도 있다"면서 웃었다.
타 대학을 다니던 중 의대에 재입학한 아주의대 조명진 씨는 의사로서의 희생과 책임감을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의학을 공부할수록 의사는 단순히 머리가 좋기보다는 성실하고 근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환자를 위한 희생도 감수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인제의대 수석졸업생인 이명인 씨는 교수가 되는 게 목표다.
그는 "임상경험을 쌓은 뒤 학생 시절에 알아두면 좋을 만한 지식을 전해주고 싶다"면서 "만약 의대 교수직을 하지 못하더라도 진료와는 별도로 강사로서 학생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수석 졸업생들은 자신의 영광을 가족이나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돌렸다.
전북의대 염유경 씨는 "어려울 때마다 학교 친구들과 가족, 교수님이 큰 힘이 돼 주었다"면서 "혼자였다면 절대 이루지 못할 일"이라고 영광을 돌렸다.
서남의대 황금빛 씨는 "그동안 고생한 어머니에게 거듭 감사를 표한다"면서 "학과 커플로 많은 힘이 되어 준 여자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