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월부터 분만 취약지 거점 병원을 선정해 12억원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의 시범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9일부터 산부인과를 개소, 시범사업에 돌입한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영동병원 산부인과 황해붕 과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지난 9일부터 진료를 시작한 영동병원 산부인과 황해붕 과장은 3D초음파, 복강경 등 의료장비나 시설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산부인과 전문의 2명,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 조산사 3명 등 인력에 대해서도 부족함이 없다고 전했다.
영동병원 산부인과의 하루 평균 환자는 15명이다.
대부분이 산과진료로 아직 분만 건수는 없지만 이미 영동병원에서 36명의 분만 산모가 등록한 상태로 오는 8월 8일을 시작으로 분만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영동병원에 산부인과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옥천, 김천, 청주까지 병원을 찾아다녔던 산모들이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황 과장은 "이 지역은 1년전 마지막 남은 산부인과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후 산모들은 병원도 아닌 찾아가는 산부인과 차량에서 진료받기 위해 옥천, 청주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접근성이 취약했다"면서 영동병원 산부인과 개원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반면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료장비나 시설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 그러나 산부인과는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12억원을 투자한 이번 시범사업은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아무리 장비나 시설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더라도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시골 병원에서 일하려고 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산부인과는 특히 분만 중에는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만약 의료사고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의사들은 조금만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대형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 위험환자에 대한 회피하는 진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당초 시범사업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