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원제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병원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수련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총정원제는 독자적인 수련병원과 모자 수련병원 제도의 장점을 살려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교육수련부장 김성훈 교수(핵의학과, 사진)는 정부에서 시행하려는 총정원제를 유럽연합(EU)에 비유했다.
EU 회원국들은 서로 독립성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으로 대처할 사안에서는 하나로 뭉쳐 함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
병원군별 총정원제는 여러 개의 수련병원이 하나의 병원군을 형성해 전공의를 공통으로 모집, 선발하고 공동 책임 아래 수련시키는 것이다.
병원군을 형성한 수련병원은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로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한다. 협력의 관계라는 것.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총정원제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돼 2003~2007년 1차, 2008~2010년 2차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결과는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에 제출한 상태이며 이르면 오는 10월 총정원제 시행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총정원제가 시행되면 수련병원들은 ▲독자병원 ▲모자병원 ▲총정원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독자병원은 필요에 따라 타병원으로 전공의를 파견보낼 수 있지만 파견병원에서 균형있게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독자병원제를 선택한 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4년을 끝낸 A씨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골절 환자를 제대로 처리 못했던 웃지못할 사례도 있다. 한 병원에서만 4년 이상을 교육받으면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모자병원제 역시 모병원과 자병원 관계가 종속관계이기 때문에 자병원은 수동적으로 받기만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 모병원이 자병원에 전공의를 잘 안보내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정원제는 모자병원-독자병원 장점 모아놓은 것”
김성훈 교수는 "모자병원 규정에 따르면 400병상 이상 병원은 모병원을 할 수 있는데, 총정원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10개의 병원 대부분이 모병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총정원제는 병원군을 형성한 병원들끼리는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과별로 융통성있게(flexible)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병원들이 하나의 군을 형성하면 환자 교류가 원활하게 잘 일어날 수 있고, 과별로 컨퍼런스 등을 통해 발전적인 의견도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정원제는 각 병원의 스태프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 문화가 비슷한 병원들끼리 운영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은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과 모자병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매년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역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서울대병원의 자병원으로 종속돼 있다.
이들 병원이 총정원제를 선택하면 서로 동등한 관계로 수련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 학회에 가면 교수들이 수련병원(training hospital)이냐고 꼭 물어본다. 그만큼 수련병원으로 지정받기 어렵다는 말"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턴, 레지던트를 노동력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레지던트 가운데 대학교수가 되는 비율은 5% 미만"이라며 "나머지 95%는 개원 등으로 다양한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