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로운 분위기다.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로 인해 산업 붕괴론까지 거론되고 있고,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로 인해 사실상 영업 마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11일 "제약산업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의약품 개발 등 제약업계 본연의 업무보다는 약가 인하나 리베이트 처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산업의 미래가 매우 어둡다"고 한탄했다.
특히 제약업계는 정부의 추가적 약가 일괄 인하 추진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오리지널을 종전가의 70%, 퍼스트제네릭을 59% 수준에서 책정하고, 1년이 경과한 뒤 제네릭이 5품목 이상이면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을 모두 53%로 책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안이 확정될 경우 업계는 3조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 가릴 것 없이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는 이유다.
한국제약협회는 추가적 약가인하가 단행될 경우 헌법소원 등 물리적 방법을 동원한다고 선포한 상태다.
12일에는 비상식적 추가 약가인하에 반대하는 제약사 임직원 피켓 시위, 복지부 항의 방문까지 예정돼 있다. 이 날 추가적 약가 인하 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 30년 넘게 종사한 제약사 임원은 "요즘처럼 업계가 혼란스러운 적이 없다. 정말 힘든 나날의 연속"이라고 현 상황을 표현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건정심을 통해 추가적 약가 인하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정부의 과도한 리베이트 규제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 취지는 좋지만 지나친 시장 간섭으로 사실상 영업 활동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제약산업의 성장동력을 잃게 했다. 그동안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이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제약산업의 미래가 매우 어둡다. 이만큼 규제를 많이 받는 산업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제약업종에 계속 종사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처방약 상위 3개 제약사인 동아, 대웅, 유한의 올 2분기 성적을 보면 업계의 하소연이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기업 모두 매출액이 제자리 걸음했고, 영업활동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영업이익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
리딩 기업마저 정부 과도한 산업 규제로 본격적인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